[김수인 독자마당] ‘21만 원의 행복’

입력 2017. 02. 14   18:57
업데이트 2017. 02. 14   18:57
0 댓글




올해부터 병장 봉급이 20만 원을 돌파해 21만6000원으로 올랐다는 뉴스는 이 땅의 예비역 군인들에게 많은 회상 거리를 던져준다. “내가 근무할 때는 얼마였는데, 많이 올랐네. 현역들, 이젠 먹고 싶은 거 실컷 사 먹을 수 있고. 근데 나는 얼마였지?”

나는 1974년 4월 논산훈련소에 입영해 그해 11월부터 1977년 1월까지 일반 하사로 복무했다. 당시 일반 하사 봉급은 병장보다 10%쯤 많았던 것 같고 제대 무렵에는 3600원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얼마나 올랐을까? 40년 만에 무려 60배(216,000÷3600)가 올랐다! 40년간 매년 평균 1.5배 인상됐으니 어느 분야보다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진짜 ‘쥐꼬리 봉급’이었지만 충성마트에서 빵이랑 사이다랑 모자라지 않게 사 먹었는데…. 얼마 전 신문에서 군 복무 기간 봉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저금해 제대 시 목돈을 만들어간 병사의 흐뭇한 이야기를 봤다. 정말 목돈이 될까 싶어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21개월간 평균 봉급을 병장과 이병의 중간인 18만9500원으로 계산해보자. 21개월 동안 총 397만9500원으로 꼬박 저금한다면 예금 이자를 합쳐 400만 원이 넘는 돈을 전역복과 함께 쥐게 된다. 400만 원이면 대학 복학생일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이 되고, 해외 배낭 여행을 할 수 있는 ‘넉넉한 종잣돈’이 된다. 물론, 병장 월급 21만6000원은 일반인들 서너 명이 하루 저녁 밥 먹고 술 마시며 날릴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천주교 수녀님들에 비하면 엄청난 ‘고액 봉급’이다.

국제구호전문가인 한비야 씨가 쓴 ‘1그램의 용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는 2012년 남수단의 수도 주바에서 근무할 때 그곳에 파견된 수녀님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수녀님들의 한 달 용돈이 2만 원인 걸 알았단다. “아무리 수녀원에서 숙식을 제공하지만,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아요?“ 했더니, 한 수녀님이 “호호, 그래도 우리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매달 책 한 권 사고 근사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도 마신답니다.” 또 어느 수녀님은 “매달 용돈을 모아 1~6월은 여름 휴가 가서 어머니 좋아하는 거 사드리고, 7~12월 용돈은 결식아동 돕는 단체에 후원하고 있답니다”라고 ‘2만 원의 행복’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란다.

5년 전 이야기지만 한 달 2만 원으로 알콩달콩 살았다는 이야기는 신기한 복음(福音)으로 들린다. 물론, 지금은 수녀님들의 용돈이 5만 원 정도로 올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녀님이라면 월 사용료를 내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대부분 수녀님은 알뜰폰을 쓰거나 아예 구매조차 않고 일반 전화로 연락을 취하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

혹시 ‘16~21만 원’의 봉급이 적다고 여기는 병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병사들을 믿고 매일 편안히 발 뻗고 잠자리에 드는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대우는 금수저급이 아닐까?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