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영공수호 굳건히' F-15K는 영원한 동반자

입력 2014. 07. 29   18:11
업데이트 2014. 07.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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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공군11비행단 이영수 대령


미국서 15962, 20시간 날아 안착 첫 차세대 전투기 F-15K

한국 품으로 항상 준비된 군인의 자세평소 지론

 



 

2005년 10월 7일 F-15K 두 대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공군 서울공항 상공에 나타났다. 시정은 불과 0.5㎞ 수준. 악천후 때문에 일본으로 회항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덕분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타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에 미안했을까. F-15K는 활주로에 가볍게 안착했다. 순간 환호가 터져 나왔다. 미국 보잉사로부터 도입할 차기 전투기 F-15K가 처음으로 우리 품 안에 들어온 것. 공군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영수(공사38기·당시 소령) 공군대령은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 F-15K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4명의 조종사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관제사가 교신하면서 ‘지금 영공 상공 어떻습니까?’ 하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하늘은 맑고∼’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데 한반도 전체에 구름이 깔려서 땅은 보이지 않고 비가 계속 오고 있었으니까요. 다른 멋진 말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감정이 북받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가지는 기억합니다. ‘국민이 사 주신 이 좋은 전투기를 갖고 우리 영공, 우리 영토를 책임지고 지켜내겠다는 것’하고 ‘기존의 F-5·F-16과 작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 전투력을 배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령의 인터뷰는 그날 각 방송국의 오후 9시 메인 뉴스에 방영됐다.

 당시 이 대령이 비행한 거리는 1만5962㎞. 같은 달 2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기지를 이륙해 하와이, 괌의 미군기지에서 한 차례씩 기착했다. 순수 비행시간만 해도 20시간이 넘었다. 비행 내내 미국 공군의 공중급유기 KC-10이 함께 비행하며 공중급유를 지원했다.

 비행 중 힘들었던 것은 물. 물을 먹으면 생리현상이 나오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적게 먹어야 했다. 그저 목이 안 마를 만큼만. 좁은 조종석에서의 불편함과 비행 내내 망망대해만 보이는 지루함도 어려움이었다고.

 F-15K를 무사히 서울공항에 안착시킨 이 대령은 서울에어쇼(10월 18∼23일)에 참가, 기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를 선보였다. 이어 11비에서 창설식을 가진 뒤 초계비행 등 주어진 임무와 함께 후배 양성에 나섰다.

 특히 2008년에는 팀장으로 알래스카에서 미군 주관으로 다국적군이 참가해 열리는 연합 전술공중전투훈련인 레드 플래그에 참가하며 뛰어난 조종 실력을 뽐냈다. 이에 앞선 6월에는 맥스선더 훈련을 실시, 우리 조종사들에게 연합훈련의 경험을 쌓게 했다. 맥스선더 훈련은 그후 정례화됐다.

 이 대령 등의 가르침 속에 F-15K 조종사들은 점차 늘어나고 기량도 갈수록 향상됐다. 지난해 레드 플래그에서는 F-15K 6대가 공중급유를 받아 가며 알래스카까지 논스톱 비행하기도 했다.

 “인연이라는 게 있나 봅니다. 지난해 레드 플래그를 지휘하는 미군 단장이 그때 우리를 교육했던 대대장이었습니다. 내 제자가 가르쳤으니 자기 제자나 마찬가지라고 우리 조종사들을 잘 대해줬고 칭찬도 많이 했다고 훈련에 참가한 조종사들한테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잘 가르쳤다. 그 전 해에 온 일본 조종사들과 수준이 차이 난다’고 했다는데 마치 내 아들이 할아버지한테 칭찬받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11전투비행단 조종사 비상대기실에는 ‘침과대단(枕戈待旦)’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라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이 글귀처럼 꼭 비상출격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대령의 지론이다. 준비돼 있으면 어떤 난제가 주어지더라도 능히 감당하지 못할 일이 없고, 또 위기 속에 빛나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복무하겠다며 이 대령은 한 마디를 남겼다. “‘적에게 전율을, 조국에 평화를’이라는 모토 아래 철저한 국지도발 대응태세를 항상 유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영공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상 없습니다.”

 

 

▶ 이영수 대령은?

 

 

文武를 겸한 지휘관후배양성 매진


 공군11전투비행단 항공작전 전대장으로 복무 중인 이 대령은 F-15K 조종사의 대표적인 인물. 2003년 9월 F-15K 조종사(8명)로 선발돼 국내 교육사령부에서 6개월간의 언어 및 교육준비 과정을 마쳤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언어교육과정 5개월(DLI), F-15E 전환 및 작전가능교육 6개월, F-15E 교관과정 3개월, F-15K 전환과정 2개월 등 총 1년4개월간의 교육을 거치고 귀국해 영공 수호 등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F-15K는 나의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F-15K와 함께 공군생활을 해 왔고 앞으로도 F-15K와 후배들의 발전을 위해 함께할 것이라는 게 이 대령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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