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투기 사상 첫 공중급유 해외 전개

입력 2013. 08. 08   14:21
업데이트 2013. 08. 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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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이석종 특파원 현장을 가다 <1>


 공군이 사상 처음으로 우리 전투기를 끌고 미 공군의 공중급유지원을 받으며 다국적 연합 전술 공중전투훈련인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하기 위해 미 공군 기지에 전개했다. 본진은 지난 1일 오후 전세기 편으로, F-15K 전투기 6대는 2일 새벽 대구기지를 이륙해 각각 9시간 가까운 비행 끝에 아일슨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본진이 출국 순서를 마치고 출발준비에 들어간 1일(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F-15K 전투기 6대가 무사히 아일슨 기지 활주로에 내려앉은 1일(현지시간) 오후 9시까지 만 24시간의 긴장감 넘쳤던 현장을 함께했다. 앞으로도 국방일보는 훈련기간 내내 현장에서 공군 장병들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한국 공군, 다국적 연합 전술 공중전투훈련 참가 위해 긴장감 속 9시간 논스톱 비행…아일슨 美공군기지 안착

 

 

 

9시간 논스톱 비행을 마친 F-15K 조종사들이 훈련단 본진 장병들의 환영 속에 전투기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다.

 

 

 ○…한국시간 1일 오후 2시 대구기지 운항실은 공군 장병 80여 명으로 북적였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30분쯤 후 대형버스 2대가 도착, 장병들을 활주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정비격납고 앞에 대기 중인 전세기로 옮겼다. 자신의 항공기 좌석을 확인하고 수화물을 실은 후 장병들은 출정식을 위해 전세기에서 내려 격납고로 이동했다. 순간 활주로 서쪽 끝에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5분여 만에 활주로 서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으로 이동하며 폭포 같은 비가 쏟아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출발 1시간 전 출정식이 시작됐다. 출정식은 출정신고와 조광제(준장) 11전투비행단장의 훈시에 이어 훈련요원 가족의 편지낭독 등으로 이어졌다. 한 훈련요원의 초등학생 딸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흘리며 더는 편지를 읽지 못하자 장내는 잠시 먹먹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 전세기가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 인근에 다다를 무렵 북미대륙 최고봉인 눈 덮인 맥킨리산 정상이 보이자 장병들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산 중턱이상으로는 흰 눈이 그 아래로는 진한 녹색의 침엽수림이 산의 경계를 선명히 나누고 있었다. 알래스카 풍광에 잠시 빠져들었을 무렵 착륙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고 장병들은 다시 긴장 속으로 파묻혔다.

 ○…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 9시간 가까운 비행을 마치고 아일슨 공군기지에 도착한 장병들은 숙소배정을 받은 후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쳤다. 이후 장병들은 기지 내 출입·보안조치를 마친 후 격납고로 들어가 한국에서 공수해온 화물의 하역작업을 시작했다. 한낮의 기온이 영상 3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였지만 장병들은 잠시 후 도착할 F-15K 전투기 6대를 맞이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짐 정리가 마무리되고 F-15K 전투기 도착 예정시간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전 장병이 활주로에 나와 일렬로 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했다. 이어 착륙 후 조종사들이 내릴 수 있도록 각종 장비를 배치한 장병들은 멀리 맥킨리산 넘어 F-15K 전투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예정시간 8시를 넘겨 40분쯤 지나자 맥킨리산 오른쪽에 작은 불빛 하나가 나타났다. 이어 불빛이 두 개, 세 개, 네 개로 늘어나자 활주로에 대기 중이던 장병들이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F-15K의 불빛이 점점 커지며 활주로에 접근하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활주로 반대쪽 끝에 줄지어 서 있는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 10여 대 앞으로 F-15K 전투기 6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착륙, 활주로를 따라 본진 장병들이 대기하고 있는 지점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1호기 조종사와 눈을 맞춘 정비사가 주먹을 불끈 쥔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자 기내의 조종사도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화답했다.

 ○…조종사들이 모두 내리고 활주로에서 감격적인 상봉이 진행되는 동안 관제탑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 공군 354비행단장 마크 켈리 준장이 활주로로 내려와 조종사들을 격려했다. 켈리 단장은 “우리의 좋은 친구이자 가장 끈끈한 동맹인 한국공군과 만나게 돼 참 반갑다. 한미 양국의 젊고 능력 있는 조종사들이 힘을 합쳐 아름다운 알래스카 상공에서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우리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공군 측에서 환대해준 것처럼 우리도 주최국으로서 훈련기간 동안 최고의 대우를 해 드릴 것을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 공군  F-15K 조종사 고상희 소령·이기준 대위  인터뷰- “태평양 상공서 성공적 임무수행 기뻐”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까지 9시간 동안 논스톱 비행에 성공한 조종사 고상희(왼쪽) 소령과 이기준 대위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권형 중사

 

 

 사상 처음 우리 전투기를 몰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까지 9시간 동안 논스톱 비행을 한 조종사를 대표해 고상희 소령과 이기준 대위를 만나 비행소감과 훈련 과정, 어려웠던 점 등을 들어봤다.

 -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비행한 소감은?
 고 소령 : 중요한 임무였고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기쁘다. 대구기지를 이륙할 땐 어두워서 느낌을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행을 실감하고 과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갈수 록 강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랜딩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훈련요원들을 보고 눈물이 핑돌기도 했다. 감동이고 영광이었다.

 - 비행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 대위 : 비행시간이 길었던 게 가장 힘들었다. 공중급유를 7번 받는데 못 받을 경우 예비기지로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기상이 안 좋기도 했지만 이런 긴장 속에 비행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집중력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급유는 정말 힘들었다. 비행 중엔 소변을 한 번도 못 봤다. 내리고 나서 긴장이 풀리니까 소변도 마렵고 배도 고팠다.

 - 공중급유 상황을 설명해 달라.
 고 소령 : 일곱 번의 공중급유 상황이 그때그때 달랐다.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가 1대부터 4대까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지원을 했고 급유량도 6대의 전투기가 모두 달랐다. 한 번 급유량은 정해진 예비기지까지 갈 수 있는 정도씩 받았다. 시속 500㎞ 이상 달려가면서 3차원 공간에서 두 항공기가 나란히 비행하기가 힘들었다. 한번에 안 돼서 여러 차례 시도하기도 했다. 심적 부담이 컸고 환경도 좋지 못했다. 새벽에 이륙하다 보니 태양이 정면에서 비춰 계기판이 하나도 안 보이는 적도 있었고 구름 속에서 급유할 때도 있었다.

 - 이번 비행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이 대위 : 직접적인 준비에 들어간 건 올해 1월부터니까 7개월 정도다. 초기엔 기본적인 데이터나 정보 등을 축적했고 훈련단계에서는 공중급유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종사를 선발, 끊임없이 반복훈련을 했다. 한 번에 10시간씩 시뮬레이터를 탔고 5월에는 서해 상에서 실제 장시간 체공하며 공중급유를 받는 훈련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98% 정도 준비한 것 같고 부족한 부분은 이번 비행 경험으로 채워졌다고 보면 된다.

 - 앞으로 훈련에 임하는 각오와 훈련 현장을 본 소감은?
 고 소령 : 이번 비행이 우리 공군이 한 발짝 앞으로 나가는 중요한 한걸음이 된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 급유기를 가지고 이런 훈련에 참가했다면 그 의미가 더 컸을 것이다. 남은 기간 훈련 잘해서 왼쪽 어깨에 붙은 태극기가 절대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공군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보여주겠다.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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