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과 공군11전비 김동주·김세준 상병
연애, 참 어렵다. 병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군 장병들에게는 더더욱. 이런 장병들을 위해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이 나섰다. 국방부와 현대자동차 그룹이 함께 진행한 토크 콘서트 ‘군인의 품격’ 참석차 공군11전투비행단을 찾은 김 소장이 이 부대 항공작전과 김동주(23)·김세준(21) 상병을 만난 것. 김 소장은 특유의 쫀득쫀득한 어투로 장병들이 알아야 할 연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30초에서 1분의 통화시간 동안 최고의 이미지 유지 가장 중요 단점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켜 센스 키우며 아름다운 사랑 하길
김지윤 소장은?
안 풀리는 연애와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청춘 남녀들이 안타까워 ‘연애’ 강의를 시작한 이후 SBS ‘좋은 아침’, tvN ‘스타특강쇼’, MBC 에브리원 ‘세상의 단 하나뿐인 강의’, JTBC ‘신의 한 수’ 등에 출연하며 가장 ‘핫’한 연애 강사로 떠올랐다. 그녀의 강의는 유튜브 조회 85만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 저서로는 ‘사랑하기 좋은 날’ ‘고백하기 좋은 날’ ‘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가 있다.
김동주 상병 :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선후임이나 동기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여자친구가 있는데 자주 못 만나다 보니 저나 여자친구나 힘들 때가 잦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요.
김지윤 소장 : 아무래도 군에 있으면 자주 못 만나니까 짧으면서도 공격적인 전화통화만이 살 길이죠. 먼저 여친과 통화할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네 가지가 있어요. ‘너, 왜 그렇게 전화 안 받아’ ‘(추궁하듯이) 뭐 하고 있어?’ ‘(의심하는듯한 어투로) 누구랑 있느냐?’ ‘나 안 보고 싶으냐?’가 바로 그겁니다. 남친을 군대 보낸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네 가지 문장이 바로 이거에요. 이걸 모두 섞어서 전화하면 그다음부터 여친과 연락이 힘들어질 겁니다.
김동주 상병 : 이 얘기 듣고 가슴을 칠 장병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럼 통화의 모범답안이 있을까요.
김 소장 : 여러분도 군대 와서 힘들겠지만 여친 역시 굉장히 힘든 상태예요.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여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군대에서 여러분들이 느끼는 정서적 압박감이 뭔지 모릅니다. 저도 최근 강연 때문에 부대에 처음 들어와 봤는데 여고생 수학여행 코스에 군대 투어를 포함하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확률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만큼 여자들에게 군대는 생소한 곳이라는 거죠. 그런데 여러분이 전화로 앞서 말한 네 가지 문장을 얘기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짧게 통화할 때 여러분이 절대로 이상해지거나 무서워지면 안 되는 이유죠. 30초에서 1분간의 통화 동안 그녀들이 여러분에게 반했던 최고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김동주 상병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김 소장 : 공격적 통화의 예를 보여 드릴게요. 절대 늘어지면 안 됩니다. 공격적이고 ‘압박적’으로 하는 것이 포인트예요. 톤이 중요하죠. 뒤에서 병장님이 곧 들이닥친다는 느낌으로. ‘영숙아, 오빠 1분밖에 통화 못 해.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아픈 데 없고? 밥 잘 먹고 다니고, 위험한데 밤길 다니지 말고. 오빠, 네 눈물 마르기 전에 나간다.’ 이러고 딱 끊는 겁니다. 쫓기듯 빠르게 말하는 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김동주 상병 : 특히 여친 마음이 변할까 노심초사하는 이등병들에게 유용한 정보인 것 같습니다.
김 소장 : 가장 중요한 것은 찌질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겁니다.
김세준 상병 : 전 여자친구가 없지만, 주변에서 휴가 후 여친과 오히려 사이가 어색해지는 경우도 더러 봅니다. 휴가 때 지켜야 할 행동요령이 있을까요.
김 소장 : 짧은 만남 속에서 이미지 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휴가 때 피해야 할 행동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 절대 약속 없이 그녀 집 앞에서 기다리지 말 것.
김세준 상병 : 의외네요. 낭만적일 것 같은데.
김 소장 : 여러분은 매일 자신의 모습을 보니 잘 모르지만, 여러분의 외모는 입대 후 상당히 변해 있습니다. 여친에겐 낯설죠. 짧은 머리, 그을린 얼굴, 군복엔 잘 어울리지만, 사복을 입으면 어색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약속 없이 집 앞에서 만나면 여친이 깜짝 놀라게 되죠. 여자 마음이란 것이 희한해서 그렇게 기다리던 오빠였는데 그 오빠가 낯선 모습으로 나타나면 약간 겁나고 저항감이 생깁니다. 그럴 때 차라리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게 좋아요.
김세준 상병 : 선물을 고르는 일이 더 골치 아플 것 같습니다.
김 소장 : 그렇지 않아요. 음료수 같은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거예요. 어떤 남자분 얘긴데 여친 집 앞에 갔다가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던 캔커피를 사서 우편함에 넣어두고 왔어요. 그리고 전화해서 ‘오빠가 네 집 앞에 갔다 왔는데 시간이 없어서 오늘은 못 봤네. 우편함에 네가 좋아하는 캔커피 두고 왔어’라고 말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간이 없어서’란 말이죠. 여러분은 ‘을’이 아니에요. 마음은 을이지만 ‘갑’처럼 행동하는 것이 포인트죠. 그럼 여친이 마음의 준비를 할 거 아녜요. 그러고 나서 여러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만나기 전 어머니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어 보내면서 ‘오빠, 너무 까매졌지?’란 멘트를 덧붙여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것도 좋겠죠.
김세준 상병 : 피해야 할 행동이 또 있습니까.
김 소장 : 약속 없이 학교에 찾아가는 것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생각만큼 다른 친구들의 피드백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나는 오빠가 무척 반가웠는데 친구들이 ‘완전 갔다’며 수군대면 가 보이기 시작하는 게 여자 마음이거든요. 그러니까 불쑥 찾아가서 그녀의 친구들에게 노출돼서는 안 되는 겁니다.
김동주 상병: 데이트할 때 옷차림도 신경 쓰입니다.
김 소장 : 군복을 갖춰 입는 것도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쯤 보여주는 것도 좋죠. 사복을 입는다면 머리가 짧으니까 야구모자를 쓰는 게 좋겠죠. 캐주얼하게 입되 청바지를 입었다면 구두 대신 스니커즈나 캔버스화를 신는 게 어울려요. ‘조리’(샌들에서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즈에만 줄을 끼워 신는 슬리퍼)는 금물입니다. 아주 무성의해 보이거든요.
김동주 상병 : 휴가 중 몇 번이나 데이트를 하면 좋을지, 기준이 있을까요.
김 소장 : 휴가 때는 짧고 강렬한 노출이 중요합니다. 계속 만난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이미 느꼈겠지만 만나면 별로 할 얘기가 없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통 관심사가 줄어드니 자연히 그런 겁니다.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약간 지혜롭게 데이트를 끌고 갈 필요가 있죠. 할 얘기가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짧고 강렬하게 이미지를 노출해 그리움을 키워주는 거죠. 반면 친구들과 음주 가무를 즐기다 그녀를 까먹는 경우도 굉장히 많잖아요.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이잖아요. 여러분이 남녀 친구들과 어울려 음주 가무를 즐기는 장면이 누군가의 페이스북에 올라가서 여친이 그걸 본다면 여친의 신뢰를 잃는 건 시간문제니 조심해야죠.
김세준 상병 :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병쯤 되면 상당수 장병들이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김 소장 : 일병 말, 상병 초쯤이면 갈 여자는 다 가죠. 하지만 앞으로 사랑을 잘 시작하려면 지난 사랑을 깨끗하게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늘의 멋진 이별은 내일의 그녀를 위한 투자’라는 말을 기억하세요. 미안한 말이지만 이때 돌아서는 여자 마음은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여자를 잡겠다고 전화기에 대고 울거나 여친 집 문을 차서 경비 아저씨에게 끌려나가거나 ‘부팔맨’이 돼서는 곤란하겠죠.
김세준 상병 : 부팔맨이라면…?
김 소장 : ‘부재중 전화 팔십 통 보내는 남자’죠. 현역 군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겪는 이별의 아픔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팔맨이 될 수 있겠지만, 그 파장은 오래갈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SNS 세상이죠. 특히 여자들은 SNS 관리에 열성적입니다. 전역 후 여러분이 정말 멋진 여자를 만나 사랑을 키워갈 때 옛 여친이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거쳐 새 여친과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그걸 보면 연락합니다. 당신이 부팔맨이라고 경고하기 위해서. 이러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떠나는 여자는 못 잡습니다. 그럴 땐 멋있게, 쿨하게 보내세요. 그게 앞으로 올 미래의 멋진 그녀를 맞는 준비작업입니다.
김세준 상병 : 군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소개팅도 하게 되는데 소개팅 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비법이 있을까요.
김 소장 : 첫 인상이 굉장히 중요해요. 군대 안에서 여자 얘기를 할 때는 굉장히 섹슈얼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 소개팅에서 그런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여러분이 선후임이나 동기들과 얘기하면서 여자를 바라보던 시각으로 소개팅에 나가면 망하는 거죠. 순수한 동화적 감성을 갖고 임해야 합니다.
피해야 할 화제도 있습니다. 우울한 얘기, 정치 등의 얘기는 금물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경제적 압박 같은 얘기는 그녀와 깊이 사귀고 싶다면 숨기지 말아야겠지만 첫 만남부터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관계가 진전됐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치나 맘에 안 드는 선임병 얘기 등등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슈도 곤란합니다. 당신을 시니컬하게 보이도록 하기 때문이죠.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 이야기? 알고 싶어 하지도 말고 알려주지도 마세요. 옛 여자관계를 물으면 팩트를 부정하지는 않되 모호하게 대답하는 게 요령입니다.
단점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 남자분이 소개팅에 나갔는데 서로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일어섰는데 여자의 눈빛이 흔들렸죠. 처음에 앉아서 만났던 남자의 키가 작았거든요. 그런데 이 남자분이 뭐라고 한 줄 아세요? ‘생각보다 작죠? 마음은 190’이라고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겁니다. 상대는 황당해서 피식 웃었는데 강렬하고 활달한 반응 덕분에 더욱 호감을 느끼게 됐다죠.
많은 남자분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내가 키가 작고 머리숱이 적고 학벌이나 집안이 변변찮아서 여자를 못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니에요. 연애를 못하는 남자는 이런 조건이 나빠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고 센스가 없고 긍정적인 마음이 없어서 연애를 못 하는 겁니다. 여자들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배려해주는 센스 있는 남자들에게 끌리거든요. 단점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키고 센스를 키워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는 우리 국군 장병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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