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비태세 현장을 가다<중>공군20전투비행단

입력 2010. 12. 0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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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추가 도발 시 굴복할 때까지 응징”


6일 공군20전투비행단 비상대기 중인 전투조종사가 KF-16 무장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헌구 기자
▲냉정하고 차분하게

 “Heami Tower, ○○! 6Miles on final PAR approach full stop” (해미 타워, 여기는 ○○! 6마일 밖에서 30도 방향 오른쪽 활주로로 계기 접근 중이다.) “○○, Heami Tower, Runway 3R wind 030 at 5 cleared to land” (○○, 여기는 해미 타워, 풍속은 5노트, 오른쪽 활주로로 착륙을 허가한다.)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6일 밤. 연평도 인근으로 야간 초계비행에 나섰던 마지막 KF-16 편대가 임무를 마치고 활주로에 안착했다. 스코프에 나타난 항적을 실시간 확인하며 이들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기다리던 관제사들도 그제서야 긴장을 풀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공군20전투비행단은 전투 초계 임무가 5~6배 늘어난 상태. 관제사 손영삼 상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착륙을 유도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조종사가 출격할 때부터 땅에 발을 내딛는 그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면서 “비상상황일수록 안정감 있는 비행을 위해 더욱 냉정하고 차분하게 하늘 길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 5분도 길다 2분 태세 완비

 이날 계획된 비행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시간, 20전비 장병들의 임무는 밤에도 계속됐다.

 정비사와 무장사들은 다음날 비행 준비를 위해 마지막까지 격납고에 남아 기체와 무장 상태를 점검했다. 자칫 우둔한 손놀림을 염려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방한복과 장갑을 벗어놓은 채 차가운 금속과 마주한 그들의 손길에서 최상의 비행작전을 끌어내기 위한 장인의 숨결이 느껴졌다.

 깜깜한 밤, 불을 밝힌 곳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활주로를 중심으로 전투비행대대는 물론 비상대기실, 관제타워, 기동타격대, 대공방어대, 전투지휘소 장병들이 모두 ‘24시간 전투 위치 모드’다.

 기지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기동타격대! 방탄복 차림의 5분대기조가 K-2 소총을 휴대한 가운데 여차하면 장갑차에 뛰어올라 적의 침투 시도를 섬멸할 태세다.

 “비행에 앞서 기지를 사수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 앞에 5분도 깁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 2분 내 현장 출동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임 부사관 추민 상사의 시원시원한 설명을 들으니 믿음은 배가 됐다.

 벌컨과 미스트랄을 운용하는 대공방어대 5분대기조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투화를 착용한 채 잠자리에 들 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공군작전사령부가 주관한 2010 후반기 대공포사격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갖춘 이 부대 장병들은 기지방어 상황 발령 이후 ‘초탄필추’ 네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이중삼중의 대공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활주로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한 조종사 비상대기실로 향했다. 민간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이곳에 10여 명의 조종사가 G-슈트까지 착용한 채 비상출격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행단은 현재 공대공은 물론 국지도발 비상전력까지 평소보다 전투기 비상대기 전력을 60% 증강해 운영하고 있다.

 안효훈(소령·34·공사48기) 비상대기실 선임조종사는 “북한이 또다시 우리나라를 공격할 경우 두 번 다시 도발하지 못하도록 굴복할 때까지 응징할 것”이라며 강한 전투 의지를 내비쳤다.

▲소녀시대보다 뉴스?

 생활관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휴식 시간이면 소녀시대 등 걸그룹이 출연하는 가요프로그램을 보았지만 요즘은 한반도 안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TV 뉴스와 신문부터 챙겨 보고 있다고.

 병사들의 외출·외박·휴가는 여전히 중단 상태다. 면회는 가능하지만 현 상황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 오히려 생활관 주변 공중전화를 통해 막연히 불안해하는 가족들을 안심시킬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부대 간부들의 설명이다.

 정전 이후 첫 영토 공격을 목격한 장병들의 대적관이 더욱 확고해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전입 5개월차인 대공방어대 탄약수 이건후 일병은 “북한의 무자비한 도발을 보면서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 그리고 정전상태인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지 내 민간인들도 장병들과 한마음이다. 비행단 관사 지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낭진 사장은 푸짐한 간식으로 장병들에게 사기을 불어 넣어줬다.

 ‘반군인들’의 내조도 영공 방위에 한몫하고 있다. 121전투비행대대 최영오(소령·공사45기) 조종사의 아내 윤효심(36) 씨는 “비상대기실 근무 등으로 퇴근이 더욱 뜸해진 남편이 잠시라도 집에 들어오면 최대한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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