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둠의 길목마저 제압한다

입력 2007. 01. 0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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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20전투비행단 KF-16 전투기 야간 출격


그들은 왜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 하늘로 날아오르는가.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오직 애기에 몸을 맡긴 채 겨울밤 고독한 별빛이 된다.
한 줄기 별빛이지만 조국의 평화로운 안식을 비춘다.
목숨을 건 외롭고 힘든 전투기 조종사의 길. 남다른 조국애와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칼바람이 부는 오늘밤도 조종간을 잡고 조국의 산하를 누빈다.

◆ 우리는 오늘밤도 날아오른다

세상이 포근히 잠들기 시작한 지난 3일 밤 공군20전투비행단. 칼바람이 부는 드넓은 활주로는 야간 출격하는 전투기들이 토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우리 공군의 주력기인 KF-16 전투기들이 지축을 흔드는 굉음을 내며 밤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탑승하기 1시간 전부터 무장사·정비사들은 엄체호와 활주로를 부산하게 오갔다. 겹겹이 옷을 껴입었지만 살을 에는 칼추위에 뜨거운 입김이 모락모락 났다.

시동에서 활주로 근접, 출격까지 조종사와 정비사·무장사는 전투기와 한몸이 됐다. 고막을 찢는 엔진소리에도 시동을 걸어 놓은 채 각종 무장·엔진·연료·날개·전자장비·안전벨트까지 매 주며 점검에 점검을 거듭했다.

전투기 이륙에서 착륙까지 비행단 안전정비를 총괄하는 정비감독관 김기태(53·준사관70기) 준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살을 도려내는 듯한 혹한에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혼을 불어넣는 심근(心根) 정비를 하고 있다. 야간에는 주간보다 시야가 좁고 피로도가 높아 극도의 긴장이 수반된다. 한겨울 야간 비행 준비는 남다른 사명감과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자부심으로 한 겹 더 무장한다.”

무장사·정비사들은 숙련된 상사급 부사관 1명에 병사 2명 모두 3명이 1개조로 능숙하게 움직였다.

모든 점검을 한 치 오차도 없이 마치고 전투기에 오른 120전투비행대대 서동우(26·공사51기) 대위. “야간에는 안 보이기때문에 주간보다 몇 배 부담이 가고 긴장된다. 눈이 오면 활주로가 여름보다 훨씬 미끄럽다. 눈비 온다고 전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야간 비행이 있는 날이면 하루 전날부터 컨디션을 조절하고 훈련 준비도 많이 한다. 힘들지만 하고 싶어서 한다. 내가 힘든 만큼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하니 보람도 크다.”

◆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서대위는 “필~승”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순식간에 활주로를 박차고 겨울 밤하늘로 힘차게 솟아올랐다. 그는 1시간 30분 동안 편대를 이뤄 전라도 장계지역에 있는 가상 표적 다리·건물을 야간 폭격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추운 겨울밤이지만 전투기가 뿜어내는 1000도 가까운 열기와 긴장으로 온몸은 흥건히 젖었다.

“사람들은 밤하늘에 박힌 별들의 아름다움을 얘기한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들은 지상을 내려다보며 지상에 뿌려진 별들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 눈부시게 평화롭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종사들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대대로 돌아와 오늘 작전과 훈련에 대한 디브리핑을 했다. 정비사들도 수십 가지 체크리스트로 비행을 마친 전투기 상태를 일일이 자정까지 점검했다. 사소한 결함이라도 발견되면 다음 작전 투입 전까지 수리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칼추위에도 새벽까지 전투기에 매달려야 한다.

특히 20전비는 다른 비행단에 비해 야간 비행이 많다. 우리 공군의 주력기인 KF-16 전투기가 야간 저고도 폭격 능력 등 전천후 전투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다른 비행단에서 수행할 수 없는 작전도 20전비 몫으로 주어진다.

‘병가백년불용(兵可百年不用)이나 불가일일무비(不可一日無備)’. 군대는 100년 동안 사용하지 않을 수 있으나 단 하루라도 준비돼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설파처럼 공군20전투비행단 전 장병은 정해년 새해 조국 영공방위 최일선에서 혹한의 한 겨울밤을 달구고 있다.


이창현 공군20전비단장-"사우면 반드시 이기는 최강 전투력 자랑"

“최신예 주력기인 KF-16 전투기를 운용하는 우리 공군의 핵심 전력이다. 전술 개발과 최첨단 정밀 무기체계 등 세계 최고 공군력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유사시 언제든 싸워 이길 수 있는 실전적인 최강의 공중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창단 10돌을 맞은 공군20전투비행단. 짧은 역사지만 국가안전보장 최우수(2000년), 전투검열 최우수(2002년), 지휘검열 최우수(2005년), 합참 전투준비태세 우수(2006년), 보라매공중사격대회 최우수·우수대대(2005년·2006년), 독서 최우수 부대(2006년)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말 취임한 비행단장 이창현(50·공사27기) 준장은 최정예 조종사를 비롯, 모든 장병이 KF-16 전투기를 운용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엄체호와 대량 발진이 가능한 복수 활주로 등 탁월한 기지 생존성과 작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효사거리 70㎞ 공대공 미사일 AIM-120, 대방사체용 AGM-88, 대함공격용 AGM-84, 정밀 타격용 공대지 GBU-10 등 세계 최고 무장 능력을 갖췄다. 완벽한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하며 실전 같은 교육훈련, 총화적 안전관리, 올바른 군인상을 정립하고 있다.”

글=김종원·사진= 정의훈 기자 < jw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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