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24시-눈뜨자 마자 ‘해피 버스데이~’

입력 2004. 08. 2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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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7전투비행단이 생일축하 행사


“오늘은 병장 임규태의 생일입니다. 생일을 축하합니다.”
기상 나팔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은 항공전자정비대대 임규태(24 병 578기)병장의 하루 시작은 여느 날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힘차게 병영을 울리던 군가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임병장은 문득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 오늘이 내 생일이지….’ 임병장은 대대 방송(스피커)을 통해 오늘이 자신의 생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요 며칠 계속되는 업무가 많았던 탓에 월 초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던 자신의 생일을 잠시 잊은 것이다.
스피커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위에 함께 있던 선·후임 병사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으며 임병장은 발길을 대대장실로 향했다. 대대장 양재승(공사34기)중령은 격려의 말과 함께 임병장의 가슴에 생일 축하 배지를 달아 주었다. 생일 선물로 문화상품권도 빠트리지 않았다.
“노란색 생일 배지를 단 모습이 사실 조금은 촌스럽기도 하죠. 그래도 기분은 더 없이 좋습니다.”
공군17전투비행단의 아침은 이렇게 병사들의 생일축하로 시작된다. 지난 4월 병사들의 생일을 방송으로 공개적으로 알려주고 축하해 주는 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월 1회 치르던 ‘생월자 행사’를 당일 축하행사로 바꿔 시행한 것이다. 최초 시행 때는 어색한 점도 없지 않았으나 거의 매일처럼 어느 대대 또는 어느 중대에서인가 생일행사가 있다 보니 요즈음 ‘오늘은 누구 생일이야?’가 아침인사처럼 됐다.
이날은 임병장은 입대 후 세 번째 맞는 생일. 지난 두 번의 생일은 비행단에서 통합으로 실시한 그 달의 생일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전부였다. 병사들 서로가 근무처가 다르고 잘 모르기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 속에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라는 느낌이 강했다.
임병장이 중대로 돌아오자 중대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 축하 파티. 중대원들은 케이크 위에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합창해 주었다. 임병장이 입김을 불어 촛불을 끄는 순간 폭죽이 터져오르고 그에게는 전우들의 손바닥 세례가 이어졌다. 고개 숙인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입대 전에도 느껴보지 못한 가슴 따뜻함을 그는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조촐한 파티, 그러나 결코 조용하지 않고 소란스러웠던 파티가 끝나자 임병장에게는 또하나의 생일선물이자 ‘하루의 특권’이 주어졌다. 근무와 사역 열외가 그것이다. 그는 공중전화 부스로 향했다.
“생일날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 못 먹어서 어쩌냐며 어머니께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표현은 안 하셨지만 전화를 많이 기다리고 계셨던 거 같습니다. 오늘 저를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시고 안심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임병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어나서 가장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고 이날 가장 느긋하고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고, 편지도 쓰고, 책도 읽었다.
“그동안 동료들의 생일 행사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그는 계속된 무더위와 업무 속에서 근무의욕이 점차 꺾여 가는 시기에 생일 행사를 통해 큰 활력을 얻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주위의 따뜻한 배려가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야말로 병영 생활 명랑화이고, 또 사기 진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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