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쓰고 운전 “폼나죠”

입력 2003. 08. 2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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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7전비 다양한 안전운행 방안 도입


“폼 나 보이죠? 그러나 멋있어 보이라고 쓰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서죠.”

병사는 선글라스를 쓰며 싱긋 웃어 보였다. 짙은 색 유리알에 한여름의 강한 직사광선이 반짝였다.

병사가 서 있는 곳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아니다. 장교라 해도 근무 중에는 생각하기조차 힘든 선글라스를 병사가 쓰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이채롭다. 더욱이 병사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는 개인이 구입한 것이 아니라 부대에서 지급했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공군17전투비행단에는 이렇게 선글라스를 ‘전투장비’처럼 지니고 있는 병사들이 결코 적지 않다. 선임병인 병장뿐만 아니라 ‘새파란’ 기운을 갓 지운 일등병도 ‘겁 없이’(?) 선글라스를 당당히 쓰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 임무를 수행하는 많은 장병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수송대대 소속 운전병들이다. 비행단이 안전운행과 100% 임무 완수를 위해 선글라스가 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급한 것이다. 장거리 운행 때나 전투기가 착륙한 뒤 안전하게 주기할 때 선글라스를 착용케 하고 있다.

황준하(23·병559기)병장은 “그동안 장거리 운행을 나갈 때면 햇빛에 눈이 부셔 순간적으로 사고가 날 뻔해서 아찔했던 적이 많았다”며 “선글라스를 착용하게 된 이후부터 눈의 피로도가 훨씬 덜해 안전운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병장은 “무엇보다 운전하기 전에 거울을 보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자신감도 절로 생겨나고 있다”며 ‘폼 난다’는 말은 군인다운 자세, 임무수행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수송중대장 심은섭(28·사후105기)중위는 “익히 알고 있듯 강한 햇빛이 안전운행에 큰 위해 요소”라며 “햇빛으로 인해 가중된 눈의 피로는 특히 장거리 운행시 낯선 지형과 돌발적 상황에서 운전병들의 대처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하며 선글라스 보급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비행단의 경우 활주로에 내린 전투기를 견인차량을 이용, 격납고로 옮길 때 강한 햇살은 운전에 방해가 돼 자칫 전투기와 충돌하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선글라스 착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7전투비행단이 운전병들의 안전운행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은 비단 선글라스 보급에만 그치지 않는다. 피로회복과 컨디션 조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황톳길을 조성해 운전병들이 이용토록 배려하고 있는 점, 그리고 운전병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임무포기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임무포기제도란 일과 시작 전에 운전병 스스로 몸 상태를 확인, 컨디션에 따라 차량운행 임무에서 열외시켜 주는 것. 개인의 의사와 신체의 이상 유무 확인을 통해 차량운행 임무가 아닌 행정업무·차량정비 보조 등 다른 임무를 수행하며 컨디션이 최악일 때에는 아예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같은 안전대책은 운전병들의 안전운행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보자는 부대의 적극적인 자세에서 출발했다.

수송대대장 김광희(45·공사30기)중령은 “장병들의 안전운행을 위해 고정관념을 깨고 적극적인 자세로 도입, 시행한 방안들이 안전운행은 물론 대대 전체 분위기를 보다 활기차게 조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안전운행을 바탕으로 한 100%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호 기자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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