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병영풍속도<24>공군17전비 수송대대 바이오리듬 배지제도

입력 2002. 04. 19   00:00
업데이트 2013. 01. 0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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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7전투비행단 수송대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재익(23)병장.
며칠전까지만 해도 장거리 운행임무를 맡고 있던 이병장은 당일 아침 중대본부로부터 단거리 운행에 나서라는 명령을 받았다. 장거리 운행에서 단거리 운행으로 임무가 바뀐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이병장의 그 날 바이오리듬이 `저기압'이기 때문이었다.
적색 배지를 받은 이병장은 그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았다. 그날따라 장거리운전을 하기에는 몸 상태가 왠지 좋지 않았던 이병장은 임무 교체를 흡족해했다.
이같은 풍경은 공군17전투비행단 수송대대에서 매일 아침 볼 수 있는 것중 하나이다. 현재 비행단 안팎을 오가는 모든 운전병들의 왼쪽 가슴에는 초록색, 노란색, 적색 중의 한 색깔의 배지가 달려 있다.

배지의 색깔은 교통안전관리공단의 바이오리듬 체크 프로그램에 운전병들의 생년월일을 미리 입력, 여기에서 산출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배차실에서는 이같은 사항을 게시판에 게시하고, 각 운전병들은 그날그날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3가지 배지 중 하나를 왼쪽 가슴에 달게 된다.

당연히 초록색은 몸 상태가 좋아 어떤 임무든 유쾌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며, 노란색은 다소 조심스럽게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암시이다. 적색은 위험의 소지가 있어 안전운행이 각별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적색 배지를 받는 병사는 장거리 근무나 영외배차에서 가급적 제외시켜 안전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수송대대에서 이뤄지는 임무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전투기가 착륙한 뒤 격납고에 안전하게 주기토록 하는 것을 비롯해 영내 셔틀버스 운행, 출·퇴근 버스 운행에도 언제나 위험요소가 따른다. 남들이 쉬는 일요일에도 종교행사와 면회객을 위한 버스를 운행해야 한다.
불규칙적인 업무 시간과 때로는 종일 핸들을 잡아야 하는 스트레스로 안전 운행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여건에서 바이오리듬을 이용한 `배지제도'가 안전운행의 확실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 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운전병이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그날그날의 임무를 바꿀 수 있어 안전운행을 하는 것은 물론 업무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풍토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수송대대 차승원 병장은 “초록색 배지를 받는 날은 왠지 모르게 임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유쾌하게 핸들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노란색이나 적색 배지를 받는 날에는 스스로 차분해지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바이오리듬 배지의 도입을 반겼다.

수송대대는 이러한 바이오리듬 배지 외에도 안전운전을 위한 각종 과학적 방법을 접목시키고 있다.
교통안전관리공단의 협조를 얻어 운전자 정밀 적성검사를 시행하는가 하면 행동 습성과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류도 데이터베이스화해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안경을 쓴 저시력자를 위해 데이터를 분류, 야간 운행 임무의 부담도 조정하고 있다.

이재익 병장은 “이전에는 임무를 부여받을 때 무작정 할당된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이제는 최상의 컨디션에서 임무를 수행 하는 등 달라진 병영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리듬 배지 부착을 추진한 수송대대장 김광희(44·공사30기)중령은 “조그마한 아이디어이지만 안전운행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서로의 가슴에 달린 배지 색깔을 보고 격려 인사를 건네는 등 밝고 명랑한 병영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며 다른 부대와 부서에 바이오리듬 배지 도입을 적극 추천했다.

〈글·사진=조진섭 기자 digitalc@dapis.go.kr〉

글·사진=조진섭 기자 digitalc@dapis.g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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