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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항행시대의 종말과 과제] ③ 전문가 인터뷰

박성준

입력 2026. 08. 27   16:16
업데이트 2026. 08. 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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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항행시대의 종말과 과제
① 위협받는 자유항행
② 떠오르는 새로운 항로
③ 전문가 인터뷰 -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북극항로 상용화 정시성이 관건 …
부산항 거점화 왕복 화물 확보로 경제성 높여야

자유항행 당연하거나 값싸게 누리는 시대는 끝나
미사일·드론·기뢰 위험…보험회사 담보 거부 땐
운항 권리 있어도 선사가 포기 사실상 봉쇄 발생
항로 위험·선박 위치…민·관·군 공유·공동 대응
한미동맹 기본 축으로 ‘소다자 협력체’ 구축 필요

위협받는 자유항행시대의 문제를 조명하고 그 대안을 찾아보는 ‘자유항행시대의 종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시리즈를 28일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인터뷰로 마무리합니다. 해군사관학교 35기 출신 예비역 대령인 문 교수는 잠수함 함장과 제93잠수함전대장, 해군본부 362사업단(핵추진 잠수함 사업단)장, 방위사업청 잠수함사업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또한 독일 HDW조선소 잠수함 사업관리실장으로도 근무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국방·안보 분야 연구와 교육을 이어왔으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세계 주요 해상교통로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자유항행과 공급망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와 주요 산업 원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도 해상운송에 의존한다. 특정 해협의 위기는 에너지 가격과 해상운임을 끌어올리고 물류·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서면과 전화통화로 진행된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항행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당연하고 값싸게 누리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며 주요 항로의 위험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해상공급망 복원력 확보를 강조했다. 북극항로에 대해서는 수에즈항로를 대체하기보다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예비항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갖나.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중동의 좁은 바다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에너지 동맥이다. 이곳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 유가와 가스가격뿐만 아니라 해상운임과 보험료, 전력비, 석유화학제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불안해지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은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돌아가야 한다. 항해기간이 10일 이상 늘어나고 같은 화물을 운송하는 데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진다.

한국은 에너지와 산업 원료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한다. 해협이 완전히 막히지 않아도 미사일·드론·기뢰 위협이 커져 보험회사가 담보를 중단하고 선사가 운항을 포기한다면 사실상의 봉쇄가 발생할 수 있다.”


- ‘자유항행시대의 종말’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나.

“당장 자유항행 자체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단언하기 어렵다. 자유항행을 당연하고 값싸게 누리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 국제법상 공해의 항행 자유와 국제해협의 통과통항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지나갈 권리가 있어도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오고 보험회사가 담보를 거부하면 상선은 운항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미국의 압도적인 해군력이 세계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상당 부분 보장했다. 각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해양안보라는 공공재 위에서 무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해양력 확대와 러시아·이란의 비대칭 전력, 비국가 무장세력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미국 혼자 모든 바다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자유항행은 특정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혜택을 받는 국가들이 함정·정보·기지·비용을 분담해야 유지되는 공동 안보자산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0일 남중국해 세컨드토머스숄(런아이자오·아융인 암초)에서 필리핀 해군과 중국 해경이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남중국해 세컨드토머스숄(런아이자오·아융인 암초)에서 필리핀 해군과 중국 해경이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까지 흔들릴 가능성은.

“평시에 말라카 해협 전체가 의도적으로 봉쇄될 가능성은 낮다. 중국 역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에너지와 원자재 상당 부분을 이 해협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 해협에서 미·중 군사충돌이 발생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군사훈련이나 검문·검역을 명분으로 특정 해역이 장기간 통제되거나 기뢰와 대함미사일 위협 때문에 선사들이 스스로 운항을 중단할 수 있다. 해협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막지 않아도 사실상의 봉쇄가 가능한 셈이다.

말라카가 막힐 경우 롬복·순다·마카사르해협으로 우회할 수 있지만 항해거리와 비용이 늘어난다. 대체항로가 기존 물동량을 모두 흡수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호르무즈·홍해·말라카·남중국해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위기까지 대비해야 한다.”


- 이런 상황에서 북극항로가 새로운 ‘생명항로’가 될 수 있나.

“북극항로는 수에즈항로를 완전히 대체할 길이라기보다 남방항로가 위험해졌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예비항로로 봐야 한다. 컨테이너 정기항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최단거리가 아니라 정시성이다. 북극에서는 유빙과 안개, 폭풍 때문에 속도가 달라지고 쇄빙선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내빙선박 건조비와 쇄빙선 지원료, 보험료, 통항료도 추가된다. 항만·통신·수색구조·선박 수리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다. 러시아 의존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북동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길게 지나기 때문에 운항 허가와 쇄빙선·항만서비스를 러시아에 의존해야 한다. 남방항로의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려다 또 다른 위험에 종속될 수 있다.”

 

 

지난 11일 예멘 무라드 인근에서 화물선 티하마호가 손상된 모습. 예멘 교통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 배가 공격을 받아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예멘 무라드 인근에서 화물선 티하마호가 손상된 모습. 예멘 교통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 배가 공격을 받아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 그렇다면 컨테이너 정기항로로 발전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있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수에즈항로를 대체하는 대규모 정기항로가 되기는 어렵다. 컨테이너 정기선은 정시성과 연중 운항, 대형선의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고가·긴급화물, 냉동·냉장화물, 자동차 부품 등 시간 절약의 가치가 큰 화물을 중심으로 여름철 계절형 항로가 현실적이다. 운항 경험과 물동량이 축적되고 쇄빙선과 항만 인프라가 확충된다면 계절형 정기선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상당 기간 수에즈항로를 보완하는 제2의 항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 북극항로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현실적 한계는 무엇인가.

“얼음 자체보다 운항시간과 비용을 미리 확정하기 어렵다는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해빙·안개·폭풍·결빙으로 감속하거나 우회하고 쇄빙선을 기다리면 거리 단축 효과가 줄어든다.

내빙선박의 높은 건조·유지비와 쇄빙료·보험료도 부담이다. 항만·통신·수색구조·정비·방제시설이 부족해 사고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쇄빙선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위성 해빙·기상정보와 통합관제, 비상통신, 구조·수리·방제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 북극항로가 단순히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정해진 비용과 시간으로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길’이 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 부산항을 북극항로 거점으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시범운항을 한 번 완주했다고 정기항로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운항 구간별 속력과 연료 소비, 해빙 대기시간, 쇄빙료와 보험료, 통신상태 등을 축적해 기존 수에즈항로와 총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성공 여부 역시 완주 자체가 아니라 안전성·정시성·경제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왕복 화물을 확보해야 한다. 유럽으로 가는 화물만 있고 돌아올 화물이 없다면 공컨테이너 회송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장기 화주계약과 내빙선박, 극지항해 전문인력, 위성 해빙정보와 통합관제체계도 필요하다.

부산은 컨테이너 환적과 금융·보험, 울산은 에너지와 친환경 연료, 거제·진해는 선박 건조와 정비를 담당하는 식의 동남권 협력체계도 검토할 수 있다. 부산항이 단순한 출발항을 넘어 화물·선박·정비·연료·정보·보험·해사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지원기지가 돼야 한다.”


- 대체항로 확보와 함께 기존 해상교통로 보호도 중요하다. 우리 해군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한반도 주변 방어라는 기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원해에서 우리 상선과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구축함 숫자만 늘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간 호송작전을 지원할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위성·무인기, 기뢰탐색·제거 전력, 대공·대드론 방어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청해부대도 해적 퇴치 중심에서 미사일·드론·무인정·기뢰 위협에 대응하고 상선을 집단 호송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유사시에는 모든 상선을 개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도와 국가적 중요도에 따른 호송 우선순위, 안전항로와 집결지 지정 등을 훈련해야 한다.”


- 한국이 주요 해상교통로를 단독으로 지키기는 어렵다. 중진국의 해법은 무엇인가. 

“각자도생의 시대일수록 중진국의 해법은 ‘연대생존’이어야 한다. 어느 한 국가도 호르무즈·말라카·바브엘만데브 등 주요 항로를 단독으로 지킬 수 없다.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일본·호주·인도·유럽과 주요 연안국이 참여하는 소다자 해양안보협력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정보공유와 공동호송, 기뢰대항·수색구조 훈련을 확대하고 함정·초계기·위성정보·급유·정비·항만·비용을 능력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 선박 위치와 미사일·드론·기뢰·해적 위협을 공유하는 공동 해양상황인식체계도 필요하다. 핵심은 함께 감시하고 호송하며 비용을 분담하는 ‘집단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상공급망 위기를 범정부 차원의 안보 문제로 다뤄야 한다. 국방·외교·해양·산업 부처와 정보기관, 해군, 선사, 정유사, 보험사가 항로 위험과 선박 위치, 에너지 재고, 보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해협별 봉쇄를 가정한 비상수송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호르무즈가 막히면 어떤 원유를 어디서 대체할 것인지, 홍해가 위험해지면 언제 희망봉으로 우회할 것인지, 말라카가 차단되면 어떤 대체항로를 이용할 것인지 사전에 정하고 민·관·군 합동훈련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국적선대와 국가필수선박, 전쟁위험보험제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기 때 외국 선사가 위험해역 운항을 거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원유와 LNG뿐 아니라 곡물·요소·핵심광물의 공급처와 비축도 다변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모든 바다를 지배하는 거대한 해군이 아니다. 위협을 조기에 파악하고 동맹국과 선박을 보호하며, 한 항로가 막혀도 대체항로와 국적선박, 전략비축으로 버틸 수 있는 국가적 복원력이다. 해상교통로 보호는 해군만의 임무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산업, 국가 생존을 지키는 범정부적 안보과제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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