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최초의 여군’보다 ‘든든한 전우’로

입력 2026. 08. 21   17:23
업데이트 2026. 08. 23   11:28
0 댓글
김루시아 중사(진) 육군5군단 705특공연대
김루시아 중사(진) 육군5군단 705특공연대

 


최근 미 육군 최고의 정예 전투원을 선발하는 ‘E3B’ 현장을 다녀왔다. 악명 높은 체력검정부터 주야간 독도법, 19.2㎞ 급속행군을 비롯해 총 33개 과목의 평가가 이어지는 곳. 이 한계의 현장에서 평가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한국군 통제관 임무를 맡았다. 지난해 이 자격을 취득했을 때의 필기 내용을 참고해 기억을 복기했다. 정확한 평가기준을 되뇌며 온 신경을 집중했고, 입교 후 1주 차 동안은 지난해와 달라진 평가기준을 예리하게 캐치해 올해 평가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 나갔다.

통제관들의 하루는 매일 아침 교장까지 뜀걸음으로 이동하는 참가자들 곁에서 시작됐다. 낮이 되면 숨이 턱 막히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열사병 위험이 도사렸다. 공정한 평가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안전까지 실시간으로 챙겨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단 한 명의 사고도 없도록 상비약과 얼음물을 체크하며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밤늦게까지 수시로 토의를 거듭하면서 참가자들이 오직 평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장을 지키고 내일 일정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번 과정에서 전체 통제관 중 군 경력이 가장 짧았고, 한국군 참가자 가운데서도 나보다 군 생활을 오래 한 선배 전우가 많았다. 그들이 나를 향해 “통제관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솔직히 쑥스럽기도 했지만, 목표가 확고했기에 계급과 경력 차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직 실력과 진심으로 그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다.

주변에서 ‘최초의 여군 E3B 통제관’이라는 시선과 기대를 보낼 때도 마음가짐은 늘 한결같았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의미를 두기보다 부여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군인 본연의 자세에 집중하고자 했다. 군복을 입은 이상 성별을 떠나 모두가 피땀 흘리는 전우이기에 특정 프레임에 얽매이기보다 오직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철저히 준비한 배경지식과 실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당하게 임무에 임했다. 달라진 평가기준을 명확히 안내하며 우리 한국군 참가자들이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페이스메이커가 돼 힘을 불어넣었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마주하고 끝까지 해내려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특히 수료식 날 팀원의 가슴에 영광스러운 휘장을 달아 줄 때 그간의 피로와 부담감은 한순간에 씻겨 나갔다.

이번 임무는 짧은 군 생활을 통틀어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선배 전우들 앞에서도 오직 진심 하나로 중심을 잡고 가혹한 현장에서 참가자들과 부대끼며 제 역할을 해낸 시간은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킨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부대로 복귀한 지금도 승진골 훈련장에서의 뜨거운 열정과 참가자들의 눈빛이 생생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군대에서 여군의 한계란 스스로 긋는 선에 불과하며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국경을 넘어 훈련장에서 같이 흘리는 땀방울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다시금 확신했다. ‘최초의 여군 통제관’이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언제든 함께 피와 땀을 흘릴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전우’로서 약진할 것이다. 오직 압도적 실력과 전문성으로 무장해 연합방위의 핵심에서 부여된 어떠한 임무도 완벽히 완수하는 강한 군인이 되고자 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