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지?”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연락을 받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반가움도 잠시, 대화를 나눠 보면 연락의 진짜 목적은 기자의 개인적 근황보다 대한민국 안보의 무사함을 확인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요 국방정책을 둘러싼 출처 불명의 소문부터 북한군의 이상 동향, 심지어 조만간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추측까지 질문의 소재와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냐고 출처를 물으면 영문과 숫자가 복잡하게 얽힌 온라인 링크나 SNS 게시글을 캡처한 이미지들이 돌아오곤 한다. 그렇다. 그 의혹과 불안의 중심엔 늘 SNS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 출입처나 마찬가지이겠지만, SNS는 군과 안보 현안을 취재하는 입장에서 이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 창구가 됐다.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주요 군부대들은 임무 특성상 도심과 멀리 떨어진 격오지에 위치해 있어 언론의 직접적 현장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국가 안위 및 국익과 직결된 예민한 보안사안을 주로 다루는 조직 특성상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등 공식적인 채널에서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폭과 깊이 역시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 SNS는 공식 창구 너머에 존재하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유용한 창문이 돼 준다.
군 내부의 각종 사건·사고나 부대 분위기는 물론 따뜻한 미담 사례까지 SNS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기자들에게 상시 모니터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일상이 됐다. 보안상 불가피하게 유지돼 온 군의 폐쇄성이 역설적으로 SNS를 국방·안보 현안을 비교적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만들어 준 셈이다.
최근 SNS에서 국방 이슈가 공론화되고 소비되는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이나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불필요한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자극적인 주장과 의혹만이 무분별하게 난무하고 있어서다.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사용자의 이목을 빠르게 끌기 위해 조롱과 비하, 공포심으로 점철된 SNS 게시글들을 보다 보면 정책의 긴 맥락과 현장에서 교차검증을 거쳐 확인한 사실관계들은 단조롭고 건조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생략되는 듯하다. 국가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한 군의 원칙적인 침묵조차 유언비어의 파도 속에서는 ‘안보위기의 명백한 징후’나 ‘무언가의 숨겨진 진실’로 왜곡돼 소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자극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SNS 이용자들의 책임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닐 것이다. 그간 군 당국이 민감하거나 답하기 곤란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보안’이라는 편리한 방패 뒤에 숨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관행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확인의 부재로 생긴 공론장의 허점은 자극적인 소문과 음모론이 번져 나가는 최적의 양분이 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사실처럼 고착화됐을 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군이다. 그렇기에 군 역시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보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밝히는 소통방식을 더욱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
SNS가 안보 현안의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건전한 통로로 작동할지, 아니면 무분별한 추측과 자극적인 의혹만 가득한 소란의 장으로 전락할지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선 요즘이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