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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사우나장이 됐다.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도 광복절이 코앞에 다가왔다. 선글라스와 양산이 춤추는 세상이지만, 광복절로 인해 많은 이가 또 다른 연휴맞이로 설렐 것 같기도 하다.
역사 속 광복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젊은 시절 광복절은 일상의 휴일이 아닌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미래를 꿈꾸는 계기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기억 속 광복절은 때아닌 진보·보수로 나뉜 소모전으로 다가온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기후위기·인공지능(AI) 시대 도래 등 국가적 생존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당면한 문제를 앞에 두고 과거사 논쟁이나 이념적 잣대에 매몰돼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자 목숨 바쳐 헌신해 온 선열들에게 우리는 무엇이라 할 것인가?
청춘이 함께했던 시간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충효교육’을 받으며 새벽이면 애국가를 4절까지 함께 불렀다. 이상하게도 애국가 4절을 부를 때면 뜬금없이 눈물이 나와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 특별한 애국자도 아니었건만, 이처럼 애국가는 가슴 한쪽에 뜨거운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최근 들어선 애국의 상징이라고 여겼던 애국가와 태극기를 접하기도 어렵다. 국경일에 내가 사는 아파트를 둘러보면 한 동에 두세 집만 태극기를 달고 있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전해야 할 최우선이 ‘나라사랑 정신’이며, 그 매개체로 가장 쉬운 기억물이 태극기와 애국가가 아닐까? 요즘 짓는 아파트에는 국기 게양을 할 수 있는 국기대를 설치하지 않는다니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기억을 계승할 수 있으랴.
내부적으로 기억의 계승이 흔들리는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폭풍 전야와 같다. 최근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가시화된 ‘북·러 밀착’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더욱 정교화·고도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듯하다. 자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펼치는 군사·외교적 합종연횡 또한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역사적으로 주변 열강의 패권 다툼이 치열해질 때마다 이 땅은 늘 전쟁터로 전락하곤 했다. 한순간의 방심이나 판단 착오가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우리가 향유하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는 그저 주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 지킬 힘이 있을 때만 가능했다.
진보가 강조하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나 보수가 중시하는 ‘자유와 안보’의 가치는 서로 배타적인 게 아니다. 튼튼한 안보와 자유로운 시장경제 속에서 평화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완성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광복절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논쟁에 사용되는 역사적 파편이 아닌 민족 통합의 거울이 돼야 한다.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우리의 원대한 꿈은 이뤄질 것이다.
광복절을 계기로 우리의 책무는 선열들의 얼이 서린 조국을 품고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것임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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