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반경·치명성 기준으로
전쟁사 흐름 한 권에 정리
신무기 등장 때마다 변하는
조직·전술·지휘방식·전략에 주목
『무기와 전략의 진화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는 전쟁사 흐름을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고대의 전차와 기병부터 현대의 위성과 사이버 분야까지 전쟁 역사를 총망라했다. 저자는 무기 발전을 단순히 기술 진보로만 보지 않는다.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조직, 전술, 지휘방식, 전략이 함께 변화한 점에 주목한다.
특히 저자는 ‘전투반경’과 ‘치명성’을 기준으로 전쟁사를 풀어냈다. 그에 따르면 전투반경은 무기의 효과를 얼마나 멀리까지 발휘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인간은 자신이 피해를 보기 전 상대를 먼저 제압하려 했고, 그 결과 더 멀리 닿는 무기를 개발했다. 활, 투창, 돌팔매, 포, 미사일, 항공기 등은 모두 전투반경을 넓히려는 노력이었다.
치명성은 짧은 공격으로 상대의 전투력을 상실케 하는 힘이다. 정확성, 파괴력, 타격력은 모두 치명성과 연결된다. 전투반경이 넓어도 치명성이 없으면 상대의 위험을 제거하기 어렵다. 인간이 더욱 치명적인 무기를 만든 이유다. 무기의 발전은 이 두 가치 사이에서 이뤄진 끊임없는 선택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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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국방안보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예비역 육군중장으로 야전부대는 물론 청와대와 국방부 등 정책부서에서 근무했다. 다양한 제대에서 일하며 무기체계와 전술·전략적 지식을 쌓았고, 경험과 통찰을 더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 시절에는 미군의 물리적 능력과 그 이상을 들여다봤으며,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에 임용돼서는 전략미사일과 드론 전력화 등 군의 주요 핵심 무기정책에 관여했다.
수십 년간 쌓은 전략적 안목을 녹여 한국적 다영역작전 개념을 제시했고, 그의 특별한 생각은 정부의 새로운 국방개혁 방향에 많은 영감을 줬다. 이를 바탕으로 『강군의 조건』 『국가가 작동하는 순간』 등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번 신작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시작은 전차와 기병이다. 고대 전차와 기병이 전쟁 속도를 바꿨다는 것. 등자의 출현과 전차가 전쟁에 끼친 영향도 짚었다. 2장에서는 창에서 활까지 살상무기의 진화를 다뤘다. 또 3장에선 성곽 방어체계와 투구·갑옷으로 일군 방호력의 진화를 소개한다.
이어 4장에서는 화약무기에 관해 들려준다. 조선의 화약무기 발전은 물론 유럽과 중동의 화포, 총의 등장과 발전을 들어 화약시대의 전투반경과 치명성을 이야기한다. 5장부터는 현대의 무기를 설명한다. 저자는 기관총과 전차의 역사를 비롯해 항공력, 해양력, 방공무기, 미사일을 차례로 풀어냈다. 이어 마지막 장에선 ‘보이지 않는 능력이 현대전을 지배하다’를 주제로 항공정찰·추진정찰·정찰위성·표적정보 등 ‘정보력’, 전자전·인공지능(AI) 등 ‘지휘통제력’을 고찰한다.
이처럼 저자는 고구려의 기병과 성곽 방어체계, 고려의 화약무기, 조선의 편전과 신기전, 이순신의 해전, 현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성장을 두루 살핀다. 하지만 책은 우리 무기가 뛰어났다는 자부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이 왜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전투반경과 치명성을 가졌는지, 운용술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한민족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많은 전란을 겪었고, 그 속에서 우수한 무기와 강력한 군대를 만들며 살아남아 왔다고 말한다. 고조선·고구려·신라·고려·조선의 무기에는 당대의 첨단 기술력이 적용됐고, 선조들은 그 무기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군대와 전술을 발전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다양한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지금 우리 방위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수출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드론, AI, 위성체계, 정밀타격, 유·무인 복합체계가 확산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첨단 무기 목록이 아니라 변화하는 전장의 문법을 읽어 내는 안목’이라고 강조한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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