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에어포스 언박싱] 서해 상공서 잠실운동장 빈자리 꿰뚫는다

임채무

입력 2026. 08. 07   17:19
업데이트 2026. 08. 09   10:29
0 댓글

에어포스 언박싱
17 베일 벗은 중고도정찰무인항공기 ‘RQ-105K’


지난 4월 열린 중고도정찰무인항공기(MUAV) 양산 1호기 출고식. 연합뉴스
지난 4월 열린 중고도정찰무인항공기(MUAV) 양산 1호기 출고식. 연합뉴스



12㎞ 상공의 칠흑 같은 어둠 속, 영하 50도를 오르내리는 성층권 하부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기체에는 얼음 한 점 맺히지 않는다. 구름을 뚫고 지상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은 서해 상공에서 130㎞ 떨어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의 빈 좌석을 헤아리고, 60㎞ 밖 그라운드에 놓인 작은 축구공조차 정확히 짚어 낸다. 공상과학영화 속 첩보위성 이야기가 아니다.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대한민국 최초의 중고도정찰무인항공기(MUAV) ‘RQ-105K’가 주인공이다. 에어포스 언박싱, 이번 시간에는 MUAV를 낱낱이 파헤쳐 본다. 임채무 기자


사각지대는 없다 ‘완벽한 시야’
60㎞ 밖에서도 어둠 속에서도 표적 식별

RQ-105K의 진가는 단연 압도적인 ‘눈’에 있다. 기체 전방 턱밑에 탑재된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는 2048×2048픽셀의 초고해상도를 자랑한다. 이는 60㎞ 거리에서 1m 이하의 표적, 즉 축구공이나 야구공 크기의 물체까지 정확히 식별해 내는 경이로운 능력이다.

더 무서운 것은 구름이나 짙은 안개, 칠흑 같은 어둠도 가볍게 뚫어 보는 능력이다. 동체 하부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고해상도 합성개구레이다(SAR)는 전파를 쏴 지형을 스캔하며 30㎝급 정밀해상도로 목표물을 포착한다. 날씨가 화창할 때는 EO/IR 카메라로 세밀하게 관찰하고, 악천후에는 SAR로 교차 감시하며 전천후(All-Weather) 감시정찰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랜딩기어 전개상태와 후방 지형을 살피는 꼬리 쪽 후방 주시 카메라까지 더해져 지상통제소 조종사에게 단 한 치의 사각지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전장 시야를 제공한다.


높은 곳서 강하다 ‘고도의 설계’
다공성 패널 적용 결빙현상 원천 차단

항공역학적 진보 역시 놀랍다. 10㎞ 이상 고도 체공 때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기체 표면이 얼어붙는 ‘결빙’ 현상이다. 얼음이 맺히면 양력을 잃고 추락할 수 있어서다. RQ-105K는 날개 앞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린 ‘다공성 패널’을 적용했다. 극한의 온도에서 이 미세한 구멍으로 방빙액을 뿜어내 결빙을 원천 차단하며, 어떤 기상조건에서도 기체가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는 압도적인 생존성을 확보했다.

스텔스 성능과 비행 효율을 동시에 잡은 설계철학도 돋보인다. 꼬리날개는 수직안정판과 수평안정판을 하나로 합친 V자 형태의 ‘러더베이터(Ruddervator)’를 채택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비행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한 무인기의 생명줄인 데이터링크 통신을 위해 상·하단에 2차 가시선 안테나를 배치했다. 가장 부피가 크고 중요한 위성통신 안테나는 기수 전방 레이돔 안에 숨겨 공기역학적 깔끔함을 유지했다. 길이 13m, 폭 26m, 중량 5.7톤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면서도 동체 안으로 쏙 들어가는 콤팩트한 랜딩기어 역시 고도의 설계 역량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국내 기술 해냈다 ‘단단한 내실’
핵심 부품 90% 국산화…임무과정 자동화

비행과정은 거대한 체급에 걸맞지 않게 놀랍도록 ‘똑똑’하다. 지상통제소에 앉은 조종사가 사전에 임무계획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기체는 이글루를 빠져나와 활주로를 달리고 이륙해 임무고도에 도달한 뒤 착륙하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조종사는 전장상황이 급변하거나 특정 표적을 정밀추적해야 할 때만 전술적으로 개입해 매뉴얼 제어를 하면 된다.

비상사태를 대비한 페일 세이프(Fail-Safe) 설계도 포함됐다. 기수 전방과 날개 양쪽에 공기데이터시스템(ADS·일종의 피토관)을 분산 배치해 고도와 속도 측정을 이중으로 보장한다. 비행 제어면 역시 하나의 에일러론이나 플랩이 고장 나더라도 정상 작동하는 다른 조종면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이중화(Redundancy)를 구현했다. 이륙 직후 기체 이상으로 긴급착륙해야 할 경우 허용된 랜딩 중량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연료를 공중에 버리는 ‘연료 덤핑(Dumping)’ 기능까지 자동화 로직에 탑재했다.

RQ-105K의 국산화율은 90% 이상. 무엇보다 핵심 부품과 체계통합을 국내 기술로 이뤄 냈다는 것은 막강한 강점이다. 작전 중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국 업체와 소통해야 하는 해외 무인기와 달리 국내 개발 엔지니어와 실시간 소통하며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 장비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격도 가능하다 ‘전장 존재감’
양쪽 날개에 무장 장착점 ‘천검’ 탑재 가능

앞으로 RQ-105K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징후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해양안보, 산불 감시, 재난구호 등 비군사적 영역에서도 전방위로 활약할 예정이다. 나아가 RQ-105K는 이미 진화 중이다. 바로 ‘무인공격기’로의 변신이다.

현재 RQ-105K 기체의 양쪽 날개에는 모두 4개의 무장 장착점(파일론)이 설계돼 있다. 향후 이곳에 8㎞ 밖 1m 두께의 장갑을 단숨에 뚫어 버리는 국산 정밀유도무기 ‘천검’이 탑재된다면 이 기체는 정찰기(RQ)를 넘어 적을 직접 타격하는 치명적인 무인공격기(MQ-105K)로 거듭나게 된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나 적의 핵심 지휘부를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발징후를 확인하는 즉시 현장에서 판단해 표적을 파괴하는 진정한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12㎞ 상공에서 조국의 영공을 수호할 날카로운 눈, RQ-105K의 활약이 기대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