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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폴리마켓'

입력 2026. 08. 05   15:56
업데이트 2026. 08. 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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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 됐으니 금지시켜야…
결과에 베팅하세요
대세이니 제도권 편입해야…

양자택일 형식 예측시장 오픈
북중미월드컵 6조 원 이상 몰려
예측력, 여론조사·전문가 압도
내부자 정보 이용 거르기 어려운
부당이익 논란에도 가파른 성장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대표팀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대표팀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우승팀은 스페인이었습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꺾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슈팅 140개, 패스 5470개, 실점 1점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썼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대표팀만큼이나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의 우승 과정을 추적한 블록체인 기반의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입니다.

월드컵 개막에 맞춰 폴리마켓에 오픈된 ‘북중미 월드컵 우승자는 누구일까?’라는 페이지에는 43억 달러가 몰렸습니다. 자그마치 6조37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입니다. 스페인의 우승 확률은 대회 초반 21% 수준이었지만 준결승이 끝나자 58%로 상승했고, 결승전 연장콜이 울리자 64%까지 뛰었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결과만을 맞히는 페이지에서는 8375만 달러가 움직였습니다.

폴리마켓에서는 스포츠 대회, 대통령 선거, 금리 조정 등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양자택일 형식의 예측시장이 열립니다. 이용자는 ‘예(YES)’와 ‘아니오(NO)’ 중 하나를 골라 투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표권 한 장을 0.7달러에 샀는데 정답이라면 1달러를 받습니다. 반대로 오답이라면 0달러로 소멸합니다. 이처럼 미래를 맞히면 돈을 벌고 틀리면 돈을 잃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푯값은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합니다. 결과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확률 변동 흐름에 맞춰 표를 사고판다면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식이나 코인처럼 말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예측시장 ‘폴리마켓’ 홈페이지. 연합뉴스
블록체인 기반의 예측시장 ‘폴리마켓’ 홈페이지. 연합뉴스


예측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우리 장병들도 부대에서 뉴스를 시청하며 “이번 선거는 A후보가 이기겠네” “B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니 집값이 오르겠네” “내일은 ○○ 기업 주가가 반등하겠네” 같은 생각을 해 봤을 겁니다. 나아가 올림픽 기간에 친구들과 현금을 모아서 한국이 획득할 금메달 개수를 예상하는 내기를 했거나 편의점에서 스포츠토토를 구매한 경험도 있겠고요. 이러한 일상적 놀이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결합하니 거대한 산업이 된 것입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에 따르면 글로벌 예측시장 월거래액은 21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금융권과 빅테크가 진입하며 체급을 키웠습니다. 미국에서는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아래 놓이게 됐고, 코인베이스는 예측시장 스타트업 더클리어링컴퍼니를 인수했습니다. 메타와 로빈후드는 스마트폰 앱 개발을 예고하며 예측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습니다.

금융권과 빅테크가 예측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수료 수익 때문이 아닙니다. 속보나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요동치는 데이터 수집이 목적입니다. 투자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정보원이자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폴리마켓이 보여준 예측력은 기존 여론조사나 전문가 보고서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HOR)는 예측시장을 ‘정보를 돈으로 만드는 시장’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죠. 사람들의 자산으로 형성된 가격에는 집단의 믿음이 반영되고, 인공지능(AI)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된다고 여긴 것입니다.

당연히 취약점도 있습니다. 예측시장에 내부자가 뛰어들면 공정성이 훼손되기 마련이지만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는 장치가 미흡합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실권을 예측해 거액을 거둬들인 참여자가 작전과 관계된 미군이었던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높은 적중률 뒤에 집단지성이 아닌 기밀독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백악관이 안보 기밀을 악용해 부당 이익을 챙기지 말라고 경고했을 정도입니다.

매수·매도 가격 차이가 크거나 거래량이 적으면 호가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의 성격이나 이슈 관심도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기도 합니다. 진짜 사이트를 모방한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막대한 이득을 거뒀다고 조작하는 행위도 예측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예측시장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규제당국과의 정면충돌도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혁신 기술의 탈을 쓴 도박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폴리마켓을 무허가 사행성 사이트로 규정하고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에 웹사이트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습니다. 체코도 폴리마켓을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목록에 포함했습니다. 미국은 폴리마켓을 미등록 파생상품을 판매했다고 제재했습니다. 예측시장 플랫폼들은 하우스가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카지노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경계심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형법에서는 우연한 결과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를 도박으로 정의합니다. 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걸었다면 국민체육진흥법이 적용됩니다. 지난 6월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폴리마켓을 이용한 투자자들을 도박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대박을 노리고 예측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위험한 시기라는 뜻입니다. 기업들은 궁여지책으로 퀴즈를 풀면 현금이 아닌 포인트를 지급하는 리워드형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기간에 240만 명의 참여를 끌어낸 포털 승부예측 서비스처럼요. 장병들도 안전하게 예측력을 테스트하기 좋습니다. 가상화폐 베팅은 미비한 제도가 정비되고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예측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면 금지 기조가 역효과를 낳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미 투자자들은 우회 경로를 통해 해외 예측시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시야 밖에서 거래가 이뤄지니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하고 국민의 데이터와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마저 글로벌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필자 이가람 기자는 매경AX에서 산업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포털·통신·게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IT업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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