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 손 뻗으면 책 닿을 수 있게…생각 나누며 벽 허물 수 있게…

임채무

입력 2026. 06. 11   17:12
업데이트 2026. 06.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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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전투비행단 'First & Best 릴레이 도서 소개'

방대한 장서 자랑하는 병영도서관
전우·가족과 즐기는 복합공간 정착
‘생활관 1분 거리’ 작은 도서관 5곳
근무 중에도 책 멀어지지 않게 해
독서 문화 견인 ‘릴레이 도서 소개’ 
지휘관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서자
부대원들까지 자연스레 연결·확장
“지식 넘어 든든한 무형 전력 될 것”

활주로의 TA-50 전투기의 굉음 속에서도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깊게 울려 퍼진다. 강도 높은 비행 훈련과 24시간 긴장감 넘치는 영공 방위 임무 속에서도 공군1전투비행단(1전비) 장병들은 ‘지적 전투력’을 벼리는 데 여념이 없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한 총, 한 책)’ 프로젝트를 부대 여건에 맞춰 독창적으로 진화시킨 1전비는 군 복무를 의무의 시간을 넘어 청년들의 가장 빛나는 성장의 시간으로 탈바꿈시키며 병영 독서 문화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글=임채무/사진=조종원 기자 

 

공군1전투비행단의 릴레이 도서 소개는 장병들을 문무를 겸비한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부대 자체적으로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1전비 장병들이 병영도서관에서 서로가 책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표현한 모습.
공군1전투비행단의 릴레이 도서 소개는 장병들을 문무를 겸비한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부대 자체적으로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1전비 장병들이 병영도서관에서 서로가 책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표현한 모습.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10일 정오, 식당 옆에 자리한 1전비 병영도서관으로 장병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문을 열자 흔히 떠올리는 도서관의 적막한 풍경 대신 따뜻한 조명 아래 활기찬 공기가 느껴졌다.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북카페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장병들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음료를 즐기며 책을 읽고 있었다. 간부와 병사 할 것 없이 계급의 벽을 넘어 독서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었다.

1만8000여 권의 방대한 장서를 자랑하는 병영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선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인트라넷 PC를 통해 손쉽게 도서를 검색할 수 있고, 기혼 간부들을 배려해 자녀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코너도 마련돼 있다. 특히 장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곳은 ‘따봉시네마실’이다. 고급 리클라이너 의자와 대형 스크린, 쾌적한 냉방 시설을 완비해 DVD를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주말이면 늘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부대 내 최고 인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1전비의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원동력은 병영도서관과 함께 부대 곳곳에 조성된 작은 도서관에 있다. 광활한 활주로를 품은 비행단의 특성상 외곽 산재 생활관에 있는 장병들은 병영도서관까지 차로 멀게는 15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전비가 빼든 카드가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부대는 기업 지원을 받아 산재 생활관 인근 등 5곳에 컨테이너형 도서관을 배치했다. 아늑한 조명과 에어컨, 깔끔한 책장과 독서실 책상을 갖춘 이 작은 공간은 장병들이 원하는 시간 편하게 책과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공군1전비 장병들이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공군1전비 장병들이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마음의 지구력을 키운다"

산재 생활관에서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서관. 이곳에서 만난 장병들의 목소리엔 한 총, 한 책 프로젝트가 가져온 삶의 변화가 짙게 배어 있었다.

입대 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과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김요한 병장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넘나들며 지식을 쌓고 있다. 김 병장은 “국방부에서 지원하는 전자도서 이용권 덕분에 일과 후에 틈틈이 e북을 본다”며 자신이 읽은 책 『마음 지구력』에 얽힌 사연을 꺼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상에서 전역 이후의 삶까지 완주하려면 심폐지구력뿐만 아니라 ‘마음의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책을 통해 크게 위로받고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입대 전 책을 잘 읽지 않았다는 정윤석 상병은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정 상병은 “매 분기 들어오는 진중문고 신간이 생활관에서 1분 거리인 작은 도서관에 비치되니 근무 중간중간 편하게 책을 펴게 됐다”며 “책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필기하며 읽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것이 쌓이다 보니 나만의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되고 있다. 전역할 때 큰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학 시절 도서관자치위원회 활동을 했을 정도로 독서광인 정이찬 상병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진중문고 『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과 같은 참전 수기를 읽었다”며 “사회에서는 접하기 힘든 전쟁사나 군사적 지식이 담긴 진중문고를 통해 조국을 지키는 애국심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균(왼쪽) 공군1전비 정보통신대대장이 부대원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다.
이원균(왼쪽) 공군1전비 정보통신대대장이 부대원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다.

 


지휘관부터 솔선수범

1전비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한다는 것이다. 김중수(준장) 1전비단장은 한 총, 한 책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행한 ‘First & Best 릴레이 도서 소개’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김 단장은 한 총, 한 책 프로젝트 차원에서 예하 지휘관과 참모들에게 각자 원하는 책을 한 권씩 신청받아 선물했다.

김 단장은 “지휘관·참모들이 고른 책 제목들을 한 권 한 권 살펴보니 평소 업무적인 대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들의 개인적인 관심사와 내면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책이라는 매개체가 서로 간 벽을 허물고 깊이 있는 소통의 문을 열어준 셈”이라고 밝혔다.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 김 단장은 릴레이 도서소개 첫 주자로 나섰고, 뒤이어 예하 부대 지휘관들도 차례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 김 단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릴레이 주자로 나선 이원균(소령) 정보통신대대장을 만나보니 이러한 취지를 공감하고 있었다. 평소 독서를 즐겼다는 이 대대장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데 책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서 “이러한 공감 능력은 평시 부대원들을 대할 때 큰 도움이 되며, 나아가 전시 상황에서 올바른 가치 판단을 내리는 든든한 무형 전력이 된다”고 역설했다.

 

 

공군1전비가 ‘한 총, 한 책’ 프로젝트로 시행하고 있는 ‘릴레이 도서 소개’.
공군1전비가 ‘한 총, 한 책’ 프로젝트로 시행하고 있는 ‘릴레이 도서 소개’.



문무를 겸비한 인재로 

1전비는 한 총, 한 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임무와 독서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일과 시간에는 정해진 훈련과 비행 임무 수행에 100% 몰입하도록 엄격히 관리하되 대신 점심시간이나 일과 이후, 주말에는 장병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있는 것. 앞으로 1전비는 독서 소모임을 활성화하고, 현재 간부 위주로 진행 중인 인트라넷 게시판 릴레이 도서 소개의 참여 계층을 병사들까지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도서관을 나서는 길, 다시 한번 TA-50 전투기의 엔진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압도적인 굉음 속에서도 1전비 장병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내면의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1전비의 한 총, 한 책 프로젝트는 지휘관의 솔선수범과 촘촘하게 설계된 도서 인프라, 장병들의 자발적인 사색이 어우러져 청년들을 문무겸비의 인재로 길러내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손에 쥔 총으로 굳건한 국방을, 손에 든 책으로 단단한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의 뜨거운 열정이 조국의 하늘을 한층 더 높고 푸르게 지켜내고 있다.



인터뷰  김중수 공군1전투비행단장 
“지적 역량이 임무 본질 꿰뚫어 부대 전체에 지식 선순환 유도”

“지시로 이뤄지는 독서는 장병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뿐입니다. 지휘관이 먼저 책을 들어야 부대원들도 자발적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공군1전투비행단(1전비) 단장실, 김중수(준장) 단장의 손에는 그레이엄 엘리슨의 저서 『예정된 전쟁』이 들려 있었다. 그는 1전비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First & Best 릴레이 도서 소개’의 첫 주자로 나섰다. 미·중 패권 경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역사적 프레임으로 풀어낸 이 책을 소개한 이유에 대해 김 단장은 “우리 장병들이 눈앞의 임무를 넘어 한반도를 둘러싼 거시적인 안보 지형을 읽는 안목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비행단 최고 지휘관이 솔선수범해 책을 집어든 장면은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 프로젝트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병영의 체질을 바꾸는 지적 혁신임을 알 수 있었다.

김 단장은 군의 본질적 임무인 전투준비태세와 독서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는 현대 전장에서의 승리는 무기의 성능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AI)이 질문에 답을 내놓는 시대지만 역설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예측 불가능한 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인간 고유의 통찰과 사유 능력은 오직 독서를 통해서만 길러진다”고 덧붙였다. 책을 통해 단단해진 지적 역량이 곧 임무의 본질을 꿰뚫고 비행 안전을 확보하는 강력한 무형의 전투력이라는 것이 김 단장의 굳건한 철학이다.

이러한 지휘관의 철학은 부대 곳곳에 스며들어 1전비만의 독특한 독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방부의 지침을 부대 실정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광활한 비행단 외곽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위해 컨테이너형 ‘작은 도서관’ 5곳을 배치하고, 휴게실 등 동선 곳곳에 책을 두는 ‘넛지(Nudge)’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독서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더해 부대 인트라넷을 통한 릴레이 도서 소개는 부대 전체에 ‘지식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프로젝트로 인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최근 독후감 대회에서 한 병사는 “고되고 긴장감 넘치는 임무 속에서도 책을 통해 위안을 얻고, 군 생활을 헤쳐 나갈 강력한 내적 동력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김 단장은 이 사례를 언급하면서 “군 복무가 인생의 공백이 아니라 가장 빛나는 성장의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단장은 부대원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1전비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는 힘은 최첨단 무기체계 이전에 장병 여러분의 ‘지성과 애국심’에 있습니다. 영공 수호자들이 독서를 통해 더 넓은 시야와 단단한 내면을 갖추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과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모여 조국의 하늘을 더욱 평화롭게 지켜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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