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의 위대한 혁신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에서 출발했다. 증기기관은 기계화를 이끌었고, 전기는 대량생산의 기반이 됐으며, PC와 인터넷은 산업구조 자체를 바꿨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마주하고 있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였다. 피지컬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스스로 상황을 인식·판단·행동하는 가운데 인간의 노동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AI 전환(AX)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며 산·학·연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AI를 활용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데이터, 복잡한 작전 환경, 한정된 자원 속에서 해야 하기에 무작정 많이 시도하기보다 잘 계획되고 축적 가능한 ‘똑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합동참모본부는 2025년 군에 적용 가능한 최신 AI 기술을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워 합동실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제한된 영상 데이터 환경에서도 적을 식별할 수 있는 AI체계를 개발하고, 군 환경에서 실증해 봤다. 또 복잡한 작전 환경에서 다수의 이(異)기종 무인체계를 하나로 연동한 AI 기반 통합관제시스템을 적용하는 합동실험을 했다. 이에 현 기술 수준에서의 작전효과 및 군 전용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포함한 기술적·제도적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완성된 AI 기술을 기다리기보다 현재 활용 가능한 AI 기술로 합동실험을 해 빠르게 적용해 보면 국방 분야 AI 기술이 군에 적용될 때 필요한 전투 발전요소를 미리 도출할 수 있다. 이런 똑똑한 시도들을 꾸준히 축적한다면 군은 새로운 기술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시행착오 때 발생할 비용도 감소시킬 것이다.
문제는 이들 시도가 쉽게 잊힌다는 데 있다. 시도를 하면서 얻은 교훈이 축적되지 못한다면 동일한 시도를 반복하거나 망각함으로써 매몰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조직학습 이론가 심 시트킨은 이를 ‘똑똑한 실패’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실패를 학습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적 건축가 벅민스터 퓰러의 말처럼 실패한 시도는 없다. 모든 시도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남길 뿐이며, 그 자체로 학습 재료가 된다. 중요한 것은 단발적인 성공이 아니라 시도를 꾸준히 설계하고 축적하며 최종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똑똑한 시도’의 축적이 필요하다. 명확한 문제의식·가설을 바탕으로 이런 시도를 설계하고, 뚜렷한 목표 아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와 한계를 기록하며, 이후의 의사결정에 다시 활용될 수 있도록 꾸준히 축적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가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개척가처럼 군 역시 완벽한 답을 기다리기보다 똑똑한 시도들을 통해 학습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가운데 변화될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AX 시대 군 혁신의 성패는 바로 이러한 시도를 축적하고 학습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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