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오폭의 상처 위에 피어난 신뢰

입력 2026. 06. 11   14:34
업데이트 2026. 06. 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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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낭유리 마을의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전투기 오폭사고는 집과 삶의 터전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흔들었습니다. 처음 주민들에게 공군은 원망의 대상이었고, 누구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의 마음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보여 준 공군의 책임 있는 자세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사고 직후 현장 지휘관은 수습을 이끌며 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공군 장성부터 병사에 이르기까지 임시 사무실에서 지시만 내리고 확인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24시간 현장에 머물며 어르신들과 무너진 현장을 살피고, 주민들의 원망과 불안을 피하지 않고 들었습니다. 그 모습은 끝까지 책임지려는 진심으로 다가왔고, 굳어 있던 주민들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초기 수습을 함께한 실무진 역시 묵묵히 현장을 지켰습니다. 현장 임무를 부여받은 장교, 부사관, 군무원, 병사 모두가 고향 부모님의 사고를 수습하듯이 정성스럽게 주민들을 대했습니다. 어떤 장병은 자대로 복귀한 뒤에도 어르신들의 안부가 걱정된다며 다시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임무가 끝났다고 마음까지 떠난 게 아니었습니다.

그 진심은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래도 공군이 우리를 버리지는 않는구나.” “책임지려는 군인이 있구나.” 그렇게 작은 믿음이 쌓이며 분노는 신뢰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조종사를 향한 원망을 내려놓고 용서의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는 끝까지 국민 곁에 서려는 공군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단이었습니다.

공군참모총장님의 마을 방문도 큰 의미로 남았습니다. 공군 최고지휘관이 직접 피해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아픔을 듣고, 머리 숙여 위로하며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뜻을 보여 줘서입니다. 주민들은 그 모습에서 의전이 아니라 국민 앞에 선 군인의 책임과 진심을 느꼈습니다.

또한 공군참모총장님은 오폭 이후 하늘을 두려움으로 바라보게 된 어르신들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주민들을 블랙이글스 에어쇼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지난 5월 22일 주민들은 공군의 따뜻한 안내 속에 에어쇼를 관람하고 오찬을 같이했습니다.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하늘을 어르신들이 다시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의 하늘은 공포가 아니라 위로와 희망의 하늘이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이제 국방상생마을 협동조합을 준비 중입니다. 피해 마을로만 남지 않고, 군과 지역이 상생하는 공동체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사고는 아픈 일이었지만, 그 수습과정은 대한민국 군이 국민 앞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 준 사례였습니다.

이창진 사무국장 전투기오폭피해마을 배상투쟁위원회
이창진 사무국장 전투기오폭피해마을 배상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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