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70년 만의 귀환,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전우가 영웅을 깨웁니다

박성준

입력 2026. 06. 10   17:30
업데이트 2026. 06. 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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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6보병사단 유해발굴작전 현장에 가다

‘코만도 작전’ 격전지 천덕산서 장병 120여 명 발벗어
전투화 흙범벅 되어도 쉬지 않는 손길…탄알집·수통 등 유품 300여 점 발굴
“숭고한 사명 위해” 묵묵한 땀방울로 바치는 후배들의 뜨거운 헌화

6·25전쟁 당시 기동전의 마지막 대규모 공세였던 ‘코만도 작전’의 격전지가 70여 년 만에 그날의 흔적을 드러냈다. 오는 19일까지 경기 연천군 천덕산 일대에서 전개되는 유해발굴작전은 선배 전우들의 넋을 위로하는 가장 뜨거운 헌화(獻花)다. 육군6보병사단 용호대대는 참혹한 전쟁의 흔적이 남은 현장에서 영웅들의 귀환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글=박성준/사진=조용학 기자

육군6보병사단 용호대대 장병들이 지난 5일 경기 연천군 천덕산 일대 능선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전을 하고 있다.
육군6보병사단 용호대대 장병들이 지난 5일 경기 연천군 천덕산 일대 능선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전을 하고 있다.

 


“뭔가 있습니다!”

긴급한 외침이 산속을 가로질렀다. 삽질을 멈춘 용호대대 장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장병들이 다가와 땅을 조심스럽게 헤집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투식량으로 추정되는 유품 한 점. 70여 년 전 이 산에서 전투하던 누군가의 흔적이었다.

지난 5일 천덕산 418고지. 초여름 햇살이 짓누르는 가파른 산길을 10여 분 오르자 용호대대 장병 약 120명이 땅과 씨름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사방에서 서걱거리는 흙 파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산울림으로 돌아왔다. 전투복 바지와 전투화는 이미 흙범벅이었고,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상의에 새겨진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천덕산은 6·25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품은 곳이다. 1951년 10월, 유엔군은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북방 방어선을 확보하기 위해 ‘코만도 작전’을 펼쳤다. 국군1사단이 미 1기병사단, 영연방 1사단과 함께 임진강 일대를 중심으로 공세를 벌였던 이 작전은 6·25전쟁 기동전의 마지막 대규모 공세로 기록돼 있다. 험준한 연천·철원 산악지형에서 벌어진 치열한 싸움 끝에 수많은 장병이 이 땅에 잠들었다.


용호대대가 이 산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지난 3월이다. 지형 정찰과 기초 탐사를 실시한 결과 150개의 개인호와 850m에 달하는 교통호 및 화기류와 장구류 등 다양한 유품이 확인됐다.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만큼, 그날의 영웅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기대를 안고 올해의 집중 발굴지로 선정한 것이다.

 

 

발굴작전 중인 장병들.
발굴작전 중인 장병들.

 

정밀발굴 중인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장병.
정밀발굴 중인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장병.

 

현장에서 발굴된 폭탄류.
현장에서 발굴된 폭탄류.

 



대대는 장병들이 이번 임무를 단순한 작업이 아닌 ‘숭고한 임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 장병 대상 집체교육을 진행했다. 장병들은 6·25 전사(戰史) 교육과 전적지 현장답사, 국유단 견학을 통해 이번 임무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이날 용호대대 장병들은 초여름의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 삽과 톱, 호미를 번갈아 들며 쉬지 않고 땅을 팠다. 경사진 지형에 몸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흙을 걷어내는 작업은 고됐다. 장병들의 그을린 피부 위로 소금기가 하얗게 돋아났다.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전투식량 추정 유품이 발견된 지 한참 뒤, 다른 쪽 구역에서 녹슬고 찌그러진 탄알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중공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빛바랜 수통도 발견됐다. 시간이 지나 묵직한 폭탄류까지 식별되자 장병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장지휘관 통제에 따라 군단 폭발물탐지반(EOD)이 긴급 투입해 안전하게 수습을 마쳤다. 이 역시 당시 중공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적군의 유품이지만, 70여 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가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했는지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공식 집계를 보면 현장의 밀도가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발굴 1주 차에는 M1탄과 106㎜ 탄피, 후크형 군장고리, 판초우의 등 74점의 유품이 발견됐다. 2주 차에는 MK-2 세열수류탄을 포함해 92점이 추가됐다. 이날까지 약 2900㎡의 면적에서 300여 점의 유품이 발굴됐다.

6사단의 발굴작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단은 2022~2023년 경기 포천시 관인면 일대에서 6·25 전사자 유해 14구와 유품 845점을 발굴했다. 지난해에는 백마고지·저격능선전투가 벌어진 철원군 강산리 일대에서도 작전을 펼쳤다.

류주영(중령) 용호대대장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호국영령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이 숭고한 사명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며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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