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유해 봉환 엄호’ 박병준 소령
조부는 6·25전쟁 참전용사, 고조부는 항일 의병운동 헌신 ‘남다른 DNA’
“KADIZ서 수송기 만난 순간 전율…마지막 한 분 귀환 때까지 영공 완벽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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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비록 유해의 형태지만, 70여 년의 아득한 시간을 건너 마침내 조국의 영공으로 들어선 국군 전사자들. 기나긴 귀환길의 끝, 이들이 처음 마주한 이는 다름 아닌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 후배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우리 군 최신예 전투기 F-35A로 선배들의 귀환을 공중 엄호한 공군17전투비행단 152전투비행대대 박병준 소령의 사연은 특별했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전우였을지도 모를 영웅들을 모신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엄호 비행 임무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주관으로 첫 ‘한미 6·25전쟁 유해 상호 봉환식’이 열려 국군 전사자 유해 10구가 고국의 품에 안겼다. 미국 하와이에서 출발한 유해 수송기가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무사히 활주로에 내릴 때까지 빈틈없이 엄호한 박 소령은 “국가는 당신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약속을 내 손으로 지켜내 군인으로서 평생 잊지 못할 영광을 느낀다”며 가슴 벅찬 소회를 전했다.
일반적인 수송기 엄호나 작전 비행과는 전혀 다른 묵직함이 비행 내내 조종석을 채웠다. 박 소령은 “KADIZ에서 수송기를 만나 좌우로 대형을 맞추는 순간 일반 작전과는 전혀 다른 전율이 느껴졌다”며 “‘선배 전우분들을 이제 대한민국 공군이 지킨다’는 다짐이 비행 내내 턱끝까지 차올랐다”고 회상했다.
“선배님, 이제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공군이 지키고 있습니다.” 비행 내내 이 말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반복했다는 그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성취감보다 오랜 세월 타국에 머물던 영웅들을 예우하는 여정에 함께했다는 ‘경건함’과 ‘감사함’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번 임무가 그에게 숙명처럼 다가온 데는 남다른 가족사가 있었다. 그의 고조부는 항일 의병운동에 헌신한 박수찬 선생이고, 조부는 6·25전쟁 참전유공자다. 일제에 맞선 고조부와 6·25에서 피 흘린 조부의 핏줄을 이어받은 그가 조종간을 잡고 선배 전우들의 귀환길을 엄호한 것이다.
박 소령은 “비행 내내 유해함 속에 계신 분이 어쩌면 이름 모를 고지에서 제 할아버지와 어깨를 맞대고 싸웠던 전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할아버지의 전우를 손수 조국으로 모신다는 마음으로 더욱 경건하게 조종간을 잡았다는 그는 무사히 착륙한 뒤 조부를 향해 “할아버지께서 목숨 걸고 지켜내신 조국의 하늘에서 전우분들을 무사히 집으로 모셔 왔다”는 뜨거운 인사를 마음으로 건넸다고 털어놨다.
박 소령은 이번 임무를 하면서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6·25 전사자들의 안타까움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그는 “아직 이름도 없이 낯선 땅에 남겨진 선배님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마지막 한 분까지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시는 그날까지, 선배님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영공을 완벽하게 수호하는 것이 제 임무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선배 전우들에게 굳건한 약속을 전했다. “대한민국은 선배님들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떤 임무가 주어지더라도 선배님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제 조종간에 대한민국의 평화를 완벽하게 싣고 날겠습니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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