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점과 선의 미학, 그리고 첫걸음의 용기

입력 2026. 06. 08   15:46
업데이트 2026. 06. 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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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요한 변화는 대부분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점 하나, 우연한 발견 하나, 그것을 놓치지 않는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은 종종 완벽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는 오히려 미완성의 용기와 열린 시선이 세상을 바꿔 왔음을 보여 준다.

추상미술의 선구자였던 바실리 칸딘스키는 점과 선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했다. 그에게 점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모든 창조의 출발점이었다. 점이 움직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의 예술은 보이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가능성의 세계를 향한 도전이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처음에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움직이는 순간 자신만의 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인류 문명의 발전 또한 그러했다. 오늘날 너무도 당연한 숫자 0은 한때 존재하지 않았다. ‘없음’을 의미하는 기호에 불과했던 0은 수학과 과학, 금융과 컴퓨터 문명의 토대가 됐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작은 개념 하나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놨다.

세상을 바꾼 발견들은 반드시 치밀한 계획 속에서만 탄생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니실린의 발견이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험실에서 우연히 곰팡이가 자란 배양 접시를 발견했다. 대부분의 연구자라면 실패한 실험으로 여기고 버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우연한 현상 속에서 의미를 읽어 냈다. 곰팡이 주변의 세균이 사라진 이유를 끝까지 관찰했고, 그 결과 인류를 수많은 감염병으로부터 구한 페니실린이 탄생했다.

이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은 종종 ‘세렌디피티’에서 시작된다. 세렌디피티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우연 자체가 아니라 우연을 발견하는 태도다. 열린 마음, 끊임없는 호기심, 질문을 멈추지 않는 자세가 세렌디피티를 만들어 낸다.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다. 첫 번째 점을 찍을 용기와 예상치 못한 만남과 실패, 우연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세렌디퍼의 시선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길 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삶도 하나의 그림과 같다. 어떤 점은 연결되고, 어떤 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우연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 준다. 오늘 찍는 작은 점 하나가 내일의 선이 되고, 그 선이 세상을 바꾸는 그림이 될 수 있다.

인생은 완성된 답을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다. 점을 찍을 용기와 우연을 발견할 눈을 가진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언제나 처음을 여는 용기에 의해 새로운 방향으로 그려져 왔음을 기억하자.

 

김희곤 국립공주대학교 안보학 교수
김희곤 국립공주대학교 안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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