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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

입력 2026. 06. 08   15:46
업데이트 2026. 06. 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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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있다. ‘양쯔강 남쪽에서 자라면 귤(橘)이 되지만,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枳)가 된다’는 뜻이다. 같은 나무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로, 사람과 사물 모두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2019년부터 육군정보학교에서 전투실험 임무를 맡고 있다. 지난 7년간 20여 개 과제를 수행하며 ‘남귤북지’의 의미를 현장에서 절감했다. 특히 외국의 최첨단 장비를 대상으로 전투실험을 할 때마다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그 나라에서는 ‘귤’이었던 장비가 우리나라에선 ‘탱자’가 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평원에서 운용된 드론은 우리나라 산악지역에서는 가시선(LOS·Line of Sight)의 한계로 인해 바로 앞산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중동 사막에서 지평선 끝까지 탐지하던 감시장비는 안개로 가득 찬 우리 전방지역에선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기후와 지형 등 환경이 다르면 동일한 장비라도 기대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전쟁 발발상황에서 검증 없이 외국의 우수장비를 긴급하게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성능은 우수하나 우리 작전환경에 맞지 않아 실전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곧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투실험의 목적은 단순한 성능 검증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작전환경에서 해당 장비가 어떤 한계를 갖는지 식별하고, 이를 보완할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드론의 경우 중계기를 추가 운용하거나 위성통신체계를 적용해 가시선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감시장비는 안개를 투과할 수 있는 단파장 적외선(SWIR·Short-Wave Infrared) 기능을 보강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운용성을 향상할 수 있다.

남귤북지의 교훈은 단순하다. 좋은 장비도 환경에 맞지 않으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환경을 이해하고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탱자를 다시 귤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옛 고사 속 효자가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더라면 귤을 수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투실험이란 바로 그 비닐하우스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김의락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육군정보학교
김의락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육군정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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