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육군 학군사관후보생(ROTC) 67·68기 선발일정이 마무리됐다. 제한된 여건에서도 조국의 미래를 짊어지겠다고 용기 있게 나선 학생들을 보며 대견함과 존경심이 앞섰다. 그러나 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따뜻한 것만은 아니었다. 학기 초 대학 예산담당자와 나눈 대화는 깊은 고민에 빠뜨렸다. 내년부터 학군단 지원예산을 축소하겠다는 말과 함께 돌아온 이유에 가슴이 아파 왔다.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에 반영된 예산 중에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너무 과한 특혜도 있습니다.”
26년의 군 생활을 거쳐 학군단장 소임을 맡은 내게 이 말은 허탈함과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후보생들이 감내하는 헌신의 무게를 ‘특혜’라는 차가운 단어로 가둬 버린 인식 때문이었다.
사전적으로 특혜는 ‘특별한 은혜나 혜택’을 뜻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단어는 종종 부정적 의미로 쓰이곤 한다. 정당한 노력 없이 사적 권력으로 취하는 이득이 ‘부정적 특혜’라면 학군단 후보생들이 받는 지원은 결코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다고 본다.
곁에서 지켜본 후보생들의 일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학생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 대학생이 방학기간 국내외 여행을 하면서 견문을 넓히거나 자기계발에 몰두할 때 우리 후보생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고된 군사훈련을 선택했다. 학기 중에도 제복 차림으로 규율을 지키며 생활하고, 졸업 후에는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속했다. 청춘의 빛나는 시기에 자신의 자유를 잠시 유보하고 공익을 선택한 것이다.
후보생에 대한 지원은 ‘특혜’가 아닌 ‘예우’이며 이는 사회적 약속이어야 한다. 길 가는 학생을 붙잡고 “여러 혜택을 줄 테니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할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학군단 지원율 향상을 위한 지원책이 그들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에 비해 절대 크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후보생들에게 제공되는 복무장려금, 생활지원금, 대학 장학금, 기숙사 지원 등은 선심 쓰듯이 베푸는 선물이 아니다. 이는 국가안보라는 막중한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기로 한 청년들이 학업과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보상이자 사회적 약속이 돼야 한다.
우리는 “왜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가?”를 묻기 전에 “누가 이 청년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힘들고 명예로운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우리가 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응원이 ‘예우’여서다.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은 영웅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부정한 특혜’ ‘선심성 특혜’의 프레임으로 가두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위험 속 헌신을 시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누가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겠는가?
학군단 지원예산을 단순히 ‘비용’이나 ‘특혜의 불균형’으로 보기보다 우리 사회의 미래 리더를 키워 내는 ‘가치 있는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단순한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믿음을 제복 입은 후보생들이 가질 때 그들의 발걸음은 당당해질 것이다. 후보생들이 대한민국의 든든한 미래이자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한민국 장교가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 모두가 그들의 선택을 존경하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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