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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군사적 사용범위 놓고 정부 통제권-기업 윤리 충돌

입력 2026. 06. 05   17:08
업데이트 2026. 06. 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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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미군의 ‘앤트로픽 공급망 위험 지정’…방위사업관리의 전환을 맞다

군 “합법적인 용도라면 제한 없이 사용”
앤트로픽 “합법이라도 전면 사용 불가”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에 법정 다툼
방위사업 위험 관리 법원서 쟁점될 듯
군 국가안보 핵심 기술 안정적 확보와
기업 공익 추구 사이 적절한 균형 필요


미군은 지난 3월 자국 인공지능(Al) 기업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기업으로 지정, 발표했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이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는 중동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발생한 사태라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미군은 ‘클로드(Claude)’를 제공하는 앤트로픽에 기업 가드레일 고수와 모델 가중치 미제공 등을 이유로 공급망 위험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는 적대국이 아닌 자국의 대표적 Al 기업을 안보 저해 요인으로 본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군과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 간 AI의 군사적 사용범위를 둘러싼 충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전쟁부(국방부)와 앤트로픽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군과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 간 AI의 군사적 사용범위를 둘러싼 충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전쟁부(국방부)와 앤트로픽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앤트로픽의 공백은 오픈AI와 구글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서도 반발은 적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업체 교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통제권과 기업의 윤리 기준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AI의 군사적 활용,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번 사안의 핵심은 AI의 군사적 사용범위를 둘러싼 충돌이다. 미군은 군사작전과 정보분석 전반에 AI를 활용하려 한다. 반면 앤트로픽은 자사의 AI가 대국민감시(Mass Domestic Surveillance)나 인간의 통제가 없는 자율살상무기(Fully Autonomous Weapons)로 쓰이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방침을 고수했다.

군은 계약조건에 명시된 대로 ‘모든 합법적 목적(All Lawful Purposes )이라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앤트로픽은 ‘합법이라고 해서 모든 사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앤트로픽의 공급망 위험 지정 취소 소송으로 현재 양측은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계약 재협상 등의 노력도 있었으나 ‘대량수집데이터 분석’ 같은 계약 문구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제 법원의 시간이다. 법리적 쟁점은 방위사업 공급망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공급망 위험 지정의 파급력 및 관련 법률

쟁점 법률인 미 연방법 10편 제3252조는 군에 국가안보에 위험이 되는 기업을 공급망 위험 요소로 지정해 방위사업에서 제외하는 재량권을 부여한다. 이러한 조치는 연방법 41편 제4713조와 연방조달공급망안보법에 따라 연방정부 계약까지 파급력을 지닌다. 군이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도 조달에서 퇴출하는 행정권을 발동했다. 결국 연방정부와 계약한 다른 기업들 역시 앤트로픽 제품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연방법 10편 제3252조를 위주로 ‘군의 공급망 위험 지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위헌성’을 다뤘다. 앞선 ‘효력 정지’ 신청에서 재판부는 일부 인용하며 앤트로픽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가 진행 중인데, 법무부는 워싱턴 DC 법원과 중복 쟁점이 있다고 판단해 잠시 중단한 상황이다.

워싱턴 DC 법원은 연방법 41편 제4713조와 연방조달공급망안보법 위주로 ‘미 연방 공급망 위험 지정 및 퇴출 조치의 적법성’을 다룬다. 앞서 효력 정지 신청에서는 재판부가 군과 정부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기각했다. 대신 신속 심리를 진행했다.

지난달 19일 본안 심리에서 앤트로픽은 공급망 위험 지정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군·정부의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군·정부는 전시 위기 상황에서 Al 기술 사용을 제한한다면 안보를 저해하는 공급망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 3명이 공개 심리에서 공급망 위험 지정의 정당성과 기업 피해에 관해 엇갈린 의견을 드러내며 선고 일정을 확정하지 않아 당분간 불확실성이 여전할 전망이다.

 

 

미군과 앤트로픽의 충돌은 방위사업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며, 군은 국가안보 핵심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통제하고, 기업은 기술 보안성을 공익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AFP·연합뉴스
미군과 앤트로픽의 충돌은 방위사업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며, 군은 국가안보 핵심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통제하고, 기업은 기술 보안성을 공익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AFP·연합뉴스

 


공급망 위험 대상과 기준의 변화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공급망 위험’의 의미가 전환되는 분수령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급망 위험은 주로 적대국 기업, 위조부품, 정보유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연결됐다. 그러나 앤트로픽 사태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기술력이 뛰어난 자국 혹은 우방국 기업이라도 국가안보 목적의 활용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공급망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느 나라 기업인가’뿐만 아니라 ‘정부가 필요한 순간 통제할 수 있는가’ ‘계약조건과 기업 방침이 작전요구와 충돌하지 않는가’ ‘하위 공급망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서방 주요 국가는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강화해 왔다. 유럽연합(EU)도 국방공공조달에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적 근거를 두고 있다. 방위사업에서 가격과 성능만큼이나 신뢰성과 통제 가능성이 중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위사업 관리의 시야를 넓힐 때

우리나라도 방위사업 관리에 이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법을 통해 부정당업자를 제재하고 있지만 공정성보안계약불이행 점검을 통한 사후 입찰 제한 조치에 머물러 있다. 문제 발생 후 제재하는 방식만으로는 복합적인 공급망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앞으로 방위사업 관리는 질문을 더 넓혀야 한다. ‘공정거래를 위반했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이 기업을 신뢰할 수 있는가’ ‘핵심 기술과 데이터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기업의 윤리기준이 군의 작전요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가’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AI가 결합하고 기업의 기술주권이 강조되면서 계약조건 한 줄이 실전에서의 군사적 자유도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공급망 위험 관리 강화가 군 재량권의 막연한 확장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지나친 제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판단기준은 명확해야 하고, 절차는 정당하면서 투명해야 하며 기업의 소명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 국가안보라는 이유만으로 자의적 기업 배제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우수 기업의 방위 사업 참여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군은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기술의 보안성과 지침을 공익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방위사업 제도는 이 둘 사이의 충돌을 사전에 조정·완화해야 한다.

자국의 대표적 Al 기업도 안보 위험이 될 수 있는 시대, 방위사업 공급망 제도는 선제적 신뢰 관리로 지평을 넓혀야 할 것이다.


선미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선미선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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