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국가보훈부에서 주관한 국외 사적지 탐방에 참여했다. 5박6일간 중국 동북지역 일대를 돌며 독립운동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 역사현장에서 시작된 탐방은 지린성과 옌볜조선족자치주, 백두산을 지나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뤼순감옥이 위치한 다롄시까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끝없이 펼쳐진 만주 벌판이다. 차량에 몸을 싣고 5시간 넘게 이동하는 동안 창밖에는 광활한 옥수수밭과 드넓은 평야가 이어졌다. 한참을 달려도 풍경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과연 이곳에서 독립군은 어떻게 싸웠을까’. 변변한 군복도, 충분한 탄약도, 안정적인 보급도 없었던 시절 오직 조국을 되찾겠다는 일념만으로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승리를 끌어낸 독립군의 정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라가 없으면 개인도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뤄진 처절한 생존의 역사였다.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의 승리는 단지 전술적 우세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조국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문장을 익숙한 격언처럼 받아들이지만, 실제로 역사를 기억한다는 건 단순히 과거를 아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선열들이 어떤 마음으로 싸웠는지를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이어 가는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동시에 6·25전쟁 참전용사의 후손이기도 하다. 호국보훈의 의미가 단순한 기념일 이상의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독립군의 희생과 대한민국을 지켜 낸 참전용사들, 선배 전우의 헌신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하나의 사명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는 무한한 책임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이 오면 다시 만주 벌판을 떠올리곤 한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대지에서 조국 독립이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싸웠던 이름 없는 호국선열들. 그들의 발걸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호국보훈은 거창한 구호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오늘의 자리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책임감 속에 살아 있다. 그 정신은 묵묵히 각자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의 가슴에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평화는 조국을 포기하지 않았던 선배 전우들의 신념과 헌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이어 가야 할 힘이라는 것도.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