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멀고도 먼 바다를 건너온 꽃들이었다
영국과 벨기에, 룩셈부르크의 청춘들이 모여
설마리 언덕 위 낯선 열정으로 꽃을 피웠다.
노을에 더욱 붉게 물들던 계곡에서는
평온이 깃든 저녁을 마지막으로
밤 지새며 날아든 총탄에 핏빛으로 스며들었다.
사흘 만에 꺾여버린 꽃들의 영혼은
네 개의 돌판에 새겨진 이름들로 남아
오늘도 이 땅의 바람 속에 서 있다.
끝내 지켜내고 싶었던 자유를 위해
끝내 가족에게는 살아 돌아가지 못하고
붉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 생명들
글로스터 고지 위에서 바라보이던
고향으로 가는 길 작은 언덕에서
잠시 쉬어가듯 하더니 주저앉고 말았다.
『작가노트』
설마리전투(임진강전투)는 1951년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파주 설마리 일대에서 영국 글로스터대대를 중심으로 한 유엔군이 압도적인 중공군의 공세를 막아 낸 전투다. 끝내 많은 젊은 병사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그들의 희생은 서울 방어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지켜 냈다.
파주 들녘에 피어나는 붉은 개양귀비를 바라보며 전쟁 속에서 스러져 간 젊은 생명들과 오늘의 평화를 함께 떠올리고 싶었다. 개양귀비는 오늘날 영연방국가에서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상징의 꽃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