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의 위상이 눈부시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속도감 있는 제조업 역량과 확실한 성능의 무기체계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세계 방산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시대로 급격히 재편 중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이런 변화를 간파하고 전쟁 수행체계의 주역을 전통적인 방산 거두들이 아닌 팔란티어·안두릴 같은 실리콘밸리 기반의 첨단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의 AI 프로젝트인 ‘메이븐(Maven)’을 주도하며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 전장의 지휘관에게 최적의 타격 경로를 제시한다.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역시 ‘래티스(Lattice) OS’라는 AI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무인드론과 지상센서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완성해 냈다. 이들 무기체계는 매일 밤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며 어제보다 더 똑똑한 무기로 진화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방산(Software Defined Defense)’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시스템은 다시 AI 중심 방산으로 진화 중이다.
우리 방산도 미국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무기의 소프트웨어화·AI화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안두릴은 HD현대중공업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하이테크 무인잠수정(AUV)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함정 설계 및 제조 역량에 안두릴의 AI 기반 자율운항 소프트웨어를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항공우주산업을 이끄는 대한항공 역시 팔란티어와 손잡고 차세대 무인기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협업 성과도 순조롭다. 다보스포럼에서 팔란티어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가 한국 방산기업들에 찬사를 보내며 우리 기업의 잠재력을 확인시켜 준 바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술동맹은 우리에게 중대한 기회이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한국 제조기업들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이 가진 천재적인 AI 알고리즘과 운영체제도 이를 태우고 전장을 누빌 강력하고 신뢰성 높은 ‘하드웨어 플랫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아무리 강인한 철갑을 두른 전차와 전투기라도 그 안을 채우는 소프트웨어와 AI 엔진이 낙후돼 있다면 미래 전장에선 싸구려 자폭드론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결국 소프트웨어 기반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이것이 녹록지 않다. 세계의 모든 기업이 AI 전문가 채용을 위해 엄청난 돈을 쓰고 있지만 우리 방산기업들에는 그 정도의 자본 여력이 없다.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업 프로젝트로 수준을 레벨업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무인전투무기 공동 프로젝트를 일회성 협력이나 외주 제작 수준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민간 자동차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처럼 국방 역시 소프트웨어 중심 전차(SDV), 소프트웨어 중심 전투기(SDF) 체계로 전면적인 레벨업을 이뤄야 한다.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흡수하고, 우리 군의 무기체계에 맞춤형 AI를 내재화하는 독자적인 기술 자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AI 알고리즘이 전장의 승패를 지배하는 시대, 글로벌 협력을 지렛대 삼아 ‘소프트웨어 중심 국방’으로 거침없이 도약할 대한민국 군의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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