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트렌드·베스트셀러 분석
올 상반기 도서시장 키워드는 ‘역주행’으로 요약됐다. 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소설·투자서가 뚜렷한 강세를 보인 점도 특징적이었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올해 1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를 기준으로 집계한 상반기 도서 판매 트렌드 및 베스트셀러 분석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앤디 위어의 공상과학(SF)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신작이 아님에도 가장 많이 팔려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 3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개봉한 이후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58배 급증하면서 차트를 역주행한 것이다.
이런 역주행은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었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원작인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동명 원작소설 등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과 함께 영화가 개봉한 2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0배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월 별세한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추모 분위기가 서점가로도 이어지면서 2022년 출간된 『이해찬 회고록』이 종합 4위, 사회·정치 분야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예스24 관계자는 올 상반기 도서시장 핵심 키워드를 ‘역주행’으로 정의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야기가 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발견되고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출판시장의 핵심 공식으로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소설·투자서 강세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비롯해 1~5월 종합 베스트셀러 1~10위에 소설이 5종이나 포함됐다.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2위,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가 3위,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이 9위, 양귀자의 『모순』이 10위에 올랐다.
전반적으로는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 증가해 종합 베스트셀러 1~100위에 22종의 소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독자들이 영화나 OTT 시리즈 원작소설에 관심이 커 출판사들은 해당 소설이 인기 영상물의 원작임을 밝힌 개정판을 발간하는 등 발빠른 판매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9000을 향해 가는 등 ‘불장’이 계속되면서 주식시장,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투자서 인기로 이어진 것도 올 상반기 도서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진보를 위한 주식 투자』는 종합 5위,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은 종합 6위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경제·경영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9.1%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세를 보인 투자·재테크 도서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44.5% 판매 증가를 기록하며 5년 만에 반등했다.
출판된 신간 종류도 크게 늘었다. 투자·재테크 분야 신간 종수는 지난해 상반기 296종에서 올 상반기 467종으로 증가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다룬 신간이 같은 기간 21종에서 53종으로 2배 이상 늘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7.8% 급증했다.
이 밖에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이란, 이스라엘 등 중동 관련 도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8.5% 늘었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빠지지 않은 키워드인 ‘인공지능(AI)’ 관련서도 올 상반기에만 1589종이 출간됐고,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해 AI를 향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김가영 기자/사진=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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