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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패권 시대의 전략적 이정표

입력 2026. 06. 02   14:37
업데이트 2026. 06. 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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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국가』를 읽고 


스티븐 브라이엔 지음 / 조용호 옮김 / 드러커마인드 펴냄
스티븐 브라이엔 지음 / 조용호 옮김 / 드러커마인드 펴냄


과거 육군대학에서 세계전쟁사 과목을 담당하며 학생장교들에게 강조했던 화두는 “무기체계 변화가 전략의 본질을 어떻게 바꿨는가”였다. 나폴레옹의 포병전술부터 현대의 하이브리드전까지 전쟁의 승패는 당대 최첨단 기술을 누가 더 창의적으로 군사력에 접목했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러한 전쟁사적 안목과 KAIST에서 공학석사 연구를 하면서 기술의 메커니즘을 다뤘던 경험은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국가안보의 핵심 동력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 책은 기술이 단순한 공학적 성과를 넘어 국가 생존과 패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임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기술주권·기술안보의 중요성, 우리 군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현대전의 핵심은 ‘군사기술혁명(RMA)’ 가속화와 그 중심에 선 ‘이중용도 기술(민간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군사적 용도로 전용 가능한 기술)’에 있다. 과거엔 국방 기술이 민간으로 흐르는 스핀오프(Spin-off)가 주류였다면 이젠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민간의 혁신이 군사력 수준을 결정짓는 스핀온(Spin-on)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기술적 전이는 무기체계를 단순한 ‘장비’에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시켰다. 동시에 이는 민간시장을 통해 적대세력에게도 최첨단 기술이 손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안보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기술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첨단 기술의 성과가 곧바로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현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대비를 요구한다.

바로 우리나라만의 ‘기술주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과거 전쟁사에서 승리한 국가들은 당대 기술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자국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전술’로 승화시켰다. 이는 단순히 동맹의 기술체계에 편입되는 것을 넘어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도 기술적 자립 없이는 결정적인 순간 타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기술적 통제권을 온전히 쥐고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결국 『기술과 국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은 과학자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최우선순위여야 한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기술패권 시대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게 아니다.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어 내고 이를 안보의 단단한 방패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술을 영토와 국민을 지키는 ‘실체적인 권력’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확보한 군사적 원천기술은 내일의 전쟁에서 승패를 결정짓고, 나아가 대한민국 생존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기술주권’과 이를 수호할 수 있는 ‘기술안보’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국가 생존의 임계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병훈 소령 육군5공병여단
최병훈 소령 육군5공병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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