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제도는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에 도입된 미군 의무체계를 기반으로 형성됐다. 6·25전쟁을 거치며 전장의료의 필요성 속에서 급격히 발전했다. 군의관 제도는 단순한 의료 인력 운용이 아니라 전쟁 시 전투력 유지와 직결된 필수 지원체계로 자리 잡았다. 이후 우리 군은 징병제를 기반으로 의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매년 일정 규모의 의무사관후보생을 군의관으로 편입시키는 구조가 유지됐다.
그러나 2024년 전공의 파업사태는 이 구조에 근본적인 균열을 일으켰다. 기존엔 의사면허 취득 후 수련과정을 마쳤던 인력이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파업 이후 상당수 인원이 군의관 대신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결과 연간 약 800명 수준이던 군의관 유입 인원이 올해 300여 명 초반으로 급감했다. 이는 일시적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 인력 부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문제는 3가지 측면에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각 군 창끝부대의 1차 진료 공백 발생으로 장병 건강관리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대부분의 대대, 여단급 의무부대에는 군의관이 배치되지 않는다. 둘째, 군병원의 전문진료 기능 약화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외부 의존도가 증가할 것이다. 올해는 2024·2025년도에 입대한 2~3년 차 군의관들이 군병원으로 이동해 진료하지만, 내년부터는 군병원에도 군의관이 더욱 부족해져 전문진료가 제한될 것이다. 그 여파는 군의료의 중심인 국군수도병원까지 미칠 전망이다. 셋째, 기존 군의관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사기 저하 및 추가 이탈 가능성이다. 특히 군병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인력이 유지돼야 정상 운영이 가능하므로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 군 의료체계 전반에 더 큰 어려움을 닥칠 수밖에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기·중기·장기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감소된 군의관으로 현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연간 800명씩 입대하던 군의관이 하던 일을 약 300명이 다 할 순 없다. 건강검진 문진, 훈련 의무 지원 등 진료 이외의 업무는 과감히 정리하고, 오로지 여건이 보장된 곳에서 진료만 하게끔 해야 한다.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진료 접근법도 대면방식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료 및 진단시간 단축, 개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원격진료체계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수다. 중기적으로는 군의관의 복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급여 인상, 전문의 취득과 연계한 군 복무의 수련 인정 확대 등으로 ‘불리한 선택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군 복무가 경력 단절이 아닌 경력 형성의 일부가 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남성만 군의관으로 복무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의대 입학 여성이 군의관으로 복무할 가능성도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구조 개편이 불가하다. 현재와 같이 ‘징병 의존형 군의관 수급방식’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므로 장기복무 군의관 비율을 확대하고, 창끝부대에서 의료 지원 인력의 역할 확대 등으로 의사 인력 의존도를 분산하는 부대 계획 검토도 필요하다.
앞으로 군이 겪게 될 군의관 부족사태는 기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 우리 군이 전쟁이라는 위기에서 군의관 제도를 발전시켰듯이 현재의 위기 또한 군의료 제도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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