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짝수 해 여름이면 전 세계 이목은 하와이로 향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1971년 시작돼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림팩은 30여 개국 해군 전력이 집결하는 모습 그 자체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해 왔다. 우리 해군은 1990년 국산 호위함 서울함과 마산함 두 척으로 처음 림팩에 참가했다. 소규모로 처음 참가한 서울함이 ‘탑건(포술 최우수함)’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우리 해군은 36년간 남다른 저력을 보이면서 해양 강대국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서 훈련의 큰 그림을 그리는 ‘26년 림팩 지휘관회의’가 열렸다. 훈련을 이끌어가는 10개국을 대표하는 100여 명의 장성급 지휘관이 모여 ‘안전’ ‘군사전문성’ ‘환경보호’를 주제로 활발한 토의를 이어갔다. 회의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마지막 날 우리 군의 발표였다. 전체 해상훈련을 지휘하는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으로서 참가한 해군기동함대사령관은 각국 전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상호운용성을 향상할 작전지침을 제시했다. 이어진 세부 작전개념 발표와 토의에서 각국 지휘관들은 최근 안보환경을 기민하게 반영한 우리 군의 작전개념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
훈련을 주관하는 미 3함대사령관(해군중장)은 “대한민국은 모든 파트너국과 완벽한 팀을 이룰 수 있는 무결점의 작전 수행능력을 증명해 보였습니다”라며 한국의 발표를 치켜세웠다. 이는 지휘관회의 참가 준비를 하며 작전개념을 철저히 검토했음에 기인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매년 대규모의 전구급 연습을 시행하며 쌓아온 역량과 수개월 전부터 동맹국과 치열한 토론을 거치며 완성한 ‘한국형 연합작전 개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의는 우리 군의 작전 능력과 위상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이정표라고 자부한다.
과거 우리 해군이 ‘수혜(受惠)의 항해’로 태평양을 건넜다면, 이제는 ‘공헌(貢獻)의 항해’로 그 바다를 다시 건넌다. 오는 여름, 하와이의 푸른 바다 위 태극기는 36년 전보다 더욱 당당히 휘날릴 것이다. 태평양에서 한국 해군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명령에 일제히 항진하는 30여 개국 함정·항공기의 위용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를 이끄는 대한민국 위상을 보여줄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에게 굳건한 안보의 신뢰를 심어주는 동시에 강력한 자주국방력을 갖춘 대한민국의 면모를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기록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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