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같은 시간, 다른 가치

입력 2026. 05. 28   15:33
업데이트 2026. 05. 28   16:09
0 댓글

가끔 군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지낸다는 게 아니다. 일과 시간만을 기계적으로 보내고 남은 시간엔 아무것도 안 하며 하루하루를 넘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로 ‘무언가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자주 대곤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있다. 일과 시간 중에도 일을 성실히 함으로써 배워 갈 수 있는 게 적지 않다. 일과 시간 이후에도 부대마다 여건이 모두 다르겠지만 짧게는 저녁점호 직후 취침 전 잠깐 생기는 5~10분이나 아침점호 직후 세면·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 20분 정도, 길게는 점심식사 직후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의 30분가량이나 저녁식사 이후 저녁점호 전까지 주어지는 개인정비 시간이 그 예다.

최대한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줄이려 노력한다. 아침점호 직후 간단한 세면과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오전 일과 전까지 보통 20~30분 외국어 공부를 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다음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시간이 남는다. 이때는 전공서적을 읽거나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준비를 하며 보낸다. 저녁식사 이후의 개인정비 시간엔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공강의 영상을 시청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수병들끼리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있다.

일과 시간에도 매일 나아지기 위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고 다짐한다. 일과 시간에 주어지는 과업은 대한민국 해군 장병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임과 동시에 우리의 다양한 역량을 성장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CBT(Computer Based Training) 병으로서 주어진 과업인 ‘교육생을 위한 교육자료 제작’이라는 업무를 수행하며 교육생들에게 더욱 나은 교육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시에 더 좋은 질의 교육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것을 배워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최근엔 가상현실(VR) 콘텐츠 개발을 하며 3D 프로그램 등 정말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있다.

매일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가끔은 선·후임 또는 다른 수병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고, 가끔은 너무 피곤해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일매일 시간을 죽이며 보내는 것보다 적어도 ‘입대 전의 나’ ‘당장 어제의 나’보다 미래 한 단계 발전한 내가 되기 위해 오늘도 시간을 잘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김지원 상병 해군교육사령부 교수학습혁신센터
김지원 상병 해군교육사령부 교수학습혁신센터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