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직은 함정 갑판병이었다. 바다에서의 임무는 분명하고 긴장감이 있었다. 파도와 바람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군인으로서 책임감과 행동의 가치를 배웠다.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선임들은 군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려 줬다.
이후 전출을 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됐다. 계룡대에 있는 해군본부에서 민원 안내병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함정에서의 임무는 눈에 보이는 작업이 중심이었지만, 민원실에서의 임무는 사람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히 증명서 발급방법을 안내하고, 절차를 설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원 안내병의 역할은 단순한 안내 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민원인에게는 상담방법과 절차는 물론 민원실의 존재 자체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작은 설명 하나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들의 불편함을 덜어 주고, 해군의 신뢰감을 전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책임감을 마음에 새기며 매일 친절한 자세로 민원인을 맞이할 것을 다짐한다.
한번은 눈이 내리는 어느 추운 겨울날, 연세가 많아 보이는 어르신이 민원실을 찾아왔다. 참전용사이신 어르신은 그 당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도움을 요청하러 경기 파주시에서 온 것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하며 헌신한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분들의 “수고가 많아요.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민원 안내병으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했다.
바다에서 배웠던 책임감은 민원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함정에선 동료들과 임무를 수행하며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면 민원실에서는 ‘함정 갑판의 1번 홋줄’과 같이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이 군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일이 임무가 됐다.
민원실에서의 임무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자리다. 이분들에게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해군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고, 때로는 불편함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군인의 또 다른 역할을 배우고 있다. 그것은 강인함만이 아니라 경청과 배려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이다.
군인은 다양한 자리에서 국가를 지킨다. 누군가는 바다에서, 누군가는 하늘과 땅에서, 누군가는 민원실에서 국민을 만난다. 자리의 형태는 다르지만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계룡대 해군본부 민원실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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