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美친 존재감 세상을 사로잡다

입력 2026. 05. 27   17:01
업데이트 2026. 05.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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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미적 감각의 시대

미감, 자신의 정체성·커리어 이어지고
소비도 가격 넘어 디자인이 선택 기준
생성형 AI시대 나만의 감각 중요성 부상

유명 셰프의 음식과 세련된 인테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이타닉가든’. 사진=조선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유명 셰프의 음식과 세련된 인테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이타닉가든’. 사진=조선팰리스 공식 홈페이지

 

지난 3월 전시플랫폼 그라운드 시소에서는 이른바 ‘전시 소개팅’이 열렸다. 전시를 관람한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하면 같은 작품을 고른 사람과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개팅 프로그램이다. 시범운영으로 30명을 모집했는데 35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람들이 전시 소개팅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전시관이라는 독특한 장소 때문만이 아니라 미적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날 수 있다는 콘셉트 때문이다.

예술가가 아닌 사람에게도 미적 감각, 즉 ‘미감’이 중요해지고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에서 가격·품질을 넘어 디자인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일상에서 미적 취향이 정체성이 되고 있다. 뛰어난 미감을 가진 사람을 선망하고 미감을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만큼 이를 키우기 위해 ‘공부’를 한다. ‘미(尾)’가 아닌 ‘미(美)’가 몸통을 흔드는 시대, 그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SNS 인증용 사진을 찍기 좋은 전시뿐만 아니라 작가와 작품세계를 공부해 깊이 있게 전시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시 관람을 하나의 교양을 쌓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자기계발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방문객이 337만 명으로 2024년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짐과 동시에 ‘근본이즘’이 세련된 가치가 되면서 고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울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방문해 오래된 소품이나 식기류, 장식품을 찾는 흐름이 보인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검색량은 지난해 3월 대비 올해 3월 13배 증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전통가구나 도자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자신만의 미감은 정체성과 직결된다. 마치 브랜드에서 인스타그램 피드를 관리하듯 개인들도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느낌을 담아 피드를 의도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누군가를 파악할 때 미적 취향을 고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부 연애 코칭 서비스에서는 코칭 내용에 인스타그램 피드 꾸미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피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전시 소개팅도 같은 맥락에서 미적 취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미적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이라면 여러 면에서 잘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된다.

미감의 표현은 커리어 준비로도 이어진다. 2024년부터 인스타그램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인스타 매거진’은 과거와 달리 심층 분석보다 기존에 있는 내용을 큐레이션하되 사용자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비주얼 구성을 중요시한다. 자본력 없이도 큐레이션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독특한 감성만 갖고 있다면 상당한 수의 팔로어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학생 때부터 직접 인스타 매거진을 운영하며 자신의 미적 포트폴리오를 쌓아 일종의 커리어로 만드는 사례도 늘어났다.

 

그라운드 시소가 개최한 ‘전시 소개팅’에서 남녀가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그라운드 시소
그라운드 시소가 개최한 ‘전시 소개팅’에서 남녀가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그라운드 시소


개인만이 아니라 브랜드에도 미감은 필수적인 경쟁력이 됐다. 1~2년 전부터 브랜딩에서는 ‘감도 높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브랜드의 감도가 높다’거나 ‘감도 높은 카페’ ‘감도 높은 편집숍’ 같은 식이다. 감도(感度)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 자극이나 작용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브랜딩의 맥락에서는 감각이 살아 있고 취향이 세련됐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느낌이 아니라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디테일까지 고려해 완성되는 것으로, 그 브랜드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에 가까운 표현이다.

최근 화장품 분야에서는 제품 성분이나 효능에 대한 설명보다 감각으로 사로잡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졌다. 제품을 음식으로 비유한 ‘휩드’의 광고가 대표적이다. 클렌저, 보디버터 등 제품의 제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직접 빵 위에 제품을 바르는 장면이나 케이크 위의 생크림과 같이 표현하는 장면, 스푼으로 푸딩을 떠서 먹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화장품 내용물 자체를 작품처럼 표현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중국 브랜드 화시즈는 립스틱과 아이섀도 표면에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그림을 새겨 넣었다. 일반적으로 내용물에는 브랜드 로고 정도의 심플한 음각을 새기는데, 해당 브랜드는 제품 표면 전체에 화려하게 그림을 조각해 넣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사용하면 닳아 없어지는 부분인 만큼 가성비 측면에서 좋지 않음에도 제품이 그 자체로 작품 느낌을 부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소장 가치를 느낀다.

소비 공간에도 미감이 필수다. 최근 식음료(F&B) 업계에서는 ‘해외 유학파 셰프’라는 소개보다 ‘패션 전공·디자인 전공 사장님’이라는 표현이 더 이목을 끈다. 식음료 또한 경험소비가 되면서 맛은 기본이고 플레이팅이나 인테리어를 통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리테일 공간에 예술이 접목되는 것도 유사한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쇼핑하는 동시에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쇼핑 동선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등 ‘아트 VM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의 연간 테마 제목 역시 ‘감각의 여정’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감은 왜 이처럼 중요해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SNS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 때문이다. 이미지와 영상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를 한눈에 사로잡는 비주얼이 중요해졌고, 시각적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즉각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자극이기도 하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어려서부터 SNS를 통해 시각 정보에 노출된 경험이 많은 만큼 미감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은 기본 요소이고 선택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미감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만의 미감이 곧 철학과 같다. 개인에게도 미감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미적 감각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고, 단기간에 개발하기도 어려운 영역이다. 그만큼 타고난 감각과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필요해 누구나 가지기는 어려운 역량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나만의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시대에 미감이 중요한 이유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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