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말하기의 위기를 겪고 있는 당신에게

입력 2026. 05. 26   14:44
업데이트 2026. 05. 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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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하기가 두렵다고 털어놓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의도와 달리 듣는 이가 오해하는 상황에 지쳤다는 이가 많다. 그럴 때면 떠오르는 『어린 왕자』 속 여우의 말이 있다. ‘길들인다’는 단어로 ‘관계 맺기’를 설명하는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하면서 말은 ‘오해의 근원’이므로 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대신 처음엔 좀 멀리 떨어져 앉다가 조금씩 더 가까이 오라고 이야기한다.

여우의 얘기대로 오해의 근원인 말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다가앉으며 길들이는 관계가 공적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설명하고 설득하며 때로는 조언하고 지적해야 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 자신의 의도와 달리 많은 오해를 받아 지쳤다는 사람은 일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 위기는 ‘말하는 이가 가진 선의의 의도와 말을 듣는 이가 느끼는 실제 효과 사이의 거리가 가장 멀어지는 순간’일 수 있다.

리더로서 정직한 조언이라 여기고 얘기했으나 구성원이 깨달음을 얻는 대신 당혹함과 불쾌함만 느꼈다면 리더는 ‘말은 오해의 근원’이라고 한 여우를 이해하며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전에 일단 본인의 말하기에 대해 적절한 위기의식을 갖길 권한다.

“요즘 보고서 완성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기본적인 부분은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정돈된 감정상태로 신뢰감이 느껴지는 나지막한 톤으로 내용을 전달했다면 듣는 이는 자신의 실수를 보완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쪽으로 마음먹을 것이다. 혹시 며칠째 야근하며 업무를 처리하던 구성원이라면 자신의 애씀이 인정받지 못했다며 서운한 감정에 먼저 사로잡힐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는 리더의 말에 수긍하려 애쓰므로 그런 감정은 잠시 접어 두리라. 하지만 리더가 불쑥 높인 톤으로 감정을 거칠게 드러내며 몸짓과 눈빛에 한껏 불편한 심경을 담아 표현했다면 듣는 이는 말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지적에 위축되거나 그저 모멸감만을 마음에 새길 수도 있다. 이는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 서로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아가 오해하는 것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 마음을 공적 말하기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워 보자. 대신 자기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해졌을지 점검해 볼 마음을 가져 보자.

공적 말하기 상황에선 3가지를 기억해 두면 좋다. 먼저, 톤(Tone)과 같은 음성적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나의 말소리가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킬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포즈(Pose)와 같은 시각적 요소를 유의해야 한다. 상대방이 보게 될 나의 자세나 몸짓, 눈빛 역시 말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메시지로 인식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얘기할 내용 선택(Choice)을 신중히 해야 한다. “보고서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평가의 말보다 “자료 근거와 수치 정리가 부족했다”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택해야 전하려는 말의 의도가 더 명확해진다.

말이 ‘오해의 근원’이 되지 않으려면 그 무게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어떻게 도달할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이 고단한 것을 해내며 말하기를 살피는 나 자신을 잘 길들여 보길 권한다. 위기를 신뢰라는 진짜 기회로 바꿔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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