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며칠 걸리던 타격 결재선, 몇 분으로 줄어든다

입력 2026. 05. 26   15:43
업데이트 2026. 05. 2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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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드론이 만드는 ‘실시간 전투 인텔리전스’ 혁명

지난주 살펴본 메가드론이 전선의 군수를 무인화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 깊은 변화는 전장 인식의 시간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군사 교리에서 발견(Find), 위치 확정(Fix), 추적(Track), 표적 선정(Target), 교전(Engage), 평가(Assess)의 여섯 단계로 정리해 온 표적 처리, 곧 ‘F2T2EA 킬체인’은 단계마다 별개의 자산과 결재선을 거쳐야 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동표적 한 곳을 타격하기까지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리기도 했던 이 흐름이 2022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분 단위로 압축되고 있다. 그 중심에 드론과 인공지능(AI)이 함께 만들어낸 ‘실시간 전투 인텔리전스(Real-time Combat Intelligence)’ 체계가 있다. 이번 회는 그 혁명의 구조를 따라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일인칭시점(FPV) 드론 한 대가 발견·위치 확정·추적의 세 단계를 동시에 수행한다. 그 좌표를 받은 다른 FPV 드론이나 포병은 즉시 교전에 들어가며 또 다른 드론이 교전 직후 평가까지 수행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단일 드론이 평가를 제외한 전 단계를 한 번의 비행 안에서 처리한다. 이 압축을 가능하게 한 것이 다층 정보·감시·정찰(ISR)망과 그것을 한 화면에 묶는 전장관리체계이며, 우크라이나의 ‘델타(Delta)’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크라이나 군이 운용하고 있는 델타 시스템 작동 모습. 출처=우크라이나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군이 운용하고 있는 델타 시스템 작동 모습. 출처=우크라이나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가 델타 시스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우크라이나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가 델타 시스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우크라이나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2023년 2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면 배치를 승인한 이 시스템은 전선의 8개 도시에 위치한 상황인식센터를 통해 상용·군용 드론, 위성 영상, 고정 카메라, 지상 센서, 정찰병의 정보, 우방국 정보와 함께 시민의 신고 내용까지 단일 지도 위에 시간 순서대로 쌓아 올린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4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델타에는 매달 약 60만 건 이상의 적 객체 정보가 새로 입력되고 누적 400만 건 이상이 분석관들의 검토를 거친다. 드론 운용자들은 같은 시스템의 ‘임무통제(Mission Control)’ 모듈을 통해 매달 약 10만6000건의 드론 임무를 사전에 등록한다. 이와 함께 ‘UA DroneID’는 항공기의 피아식별장치(IFF)처럼 우군 드론과 적 드론을 구분해 오인 사격을 줄인다. 전장의 영상은 ‘델타 튜브(Delta Tube)’라는 모듈을 통해 권한을 보유한 인원들에게 실시간 스트리밍된다. 종래에는 별도로 흩어져 있던 ISR 자산이 한 화면 위에 시간 좌표를 갖고 정렬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AI가 두 번째 압축을 가한다. 미 전쟁부(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광역 동영상 안에서 차량·인원·구조물을 자동으로 식별·추적해 분석관 한 명이 다룰 수 있는 영상량을 종래 대비 수십 배로 늘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신생기업 그리젤다(Griselda)는 다국적 위성·드론·소셜미디어 영상에서 표적 좌표를 약 28~30초 안에 산출해 델타로 흘려보내는 분석 엔진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팔란티어(Palantir)의 ‘AIP 플랫폼’은 양국 간 정보 융합을 도왔다고 알려져 있고, 독일 헬싱(Helsing)의 알고리즘은 표적 우선순위 산정에 결합돼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이 가자작전에서 사용한 ‘하브소라(Habsora)’는 의사결정 지원체계로 표적을 자동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운용 윤리에 관한 논쟁과 별개로 AI가 인간의 결심 네트워크 안에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속한다.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나토의 ‘헤지호그 2025’ 훈련에서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나토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나토의 ‘헤지호그 2025’ 훈련에서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나토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나토의 ‘헤지호그 2025’ 훈련에서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출처=나토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나토의 ‘헤지호그 2025’ 훈련에서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출처=나토 공식 홈페이지


이런 변화가 외부에 드러난 결정적 장면은 지난해 5월 에스토니아에서 시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헤지호그(Hedgehog) 2025’ 훈련이다. 12개국 1만6000여 명이 참가한 이 훈련에서 우크라이나 운용자 약 10명이 정찰·타격 드론과 델타 시스템만으로 나토 2개 대대를 반나절 만에 작전 불능 상태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측 자료를 기준으로 본다면 약 17대의 장갑차량이 무력화되고 30여 차례의 추가 타격이 수행됐다.

이 사례는 지난 2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외부에 상세히 공개됐다. 같은 달 뮌헨 안보회의 기간에는 유럽의 드론·역드론 역량 격차를 둘러싼 핵심 논거로 광범위하게 인용됐다. 나토 장교들은 “냉전 시대 절차로는 이런 전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평가를 남겼다. 한 나토 관계자는 “전술 수준의 킬체인은 분 미만, 작전 수준의 킬체인은 10~20분 안에 닫힌다”고 정리했다. 종래 표준과 비교하면 수십에서 수백 배 빨라진 셈이다.

이 압축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빠른 타격’이 아니다.

첫째, 은폐와 기동의 의미가 바뀐다. 종래의 위장 그물과 분산 배치는 적 정찰기의 한두 차례 비행을 견디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24시간 머무르는 다층 드론망 앞에서는 효과가 급격히 줄어든다.

둘째, 결심권의 위치가 내려간다. 장성급 결재선이 분 단위 사이클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전술제대로 표적 결심 권한이 위임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셋째, 인지전과의 결합이 깊어진다. 같은 영상이 작전 자산에 흘러 들어가는 동시에 공보·심리전 자산으로도 흘러나가며 적의 사기와 결심 회로를 함께 흔드는 효과를 낸다.

넷째, 비용의 비대칭이 깊어진다. 수백 달러짜리 FPV 드론과 수십만 달러짜리 위성 영상, 수억 원짜리 전장관리체계가 결합해 종래 같은 일을 처리하던 수십억 원짜리 정찰기 한 대보다 낮은 단가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 군의 방향도 이와 일치한다. 다영역작전(MDO)과 국방혁신 계획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그림이 바로 이 실시간 전투 인텔리전스의 한국형 구현이다. KVMF, Link-K 같은 데이터링크의 대역폭과 호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그 위에 한국형 전장관리체계와 AI 영상분석 엔진을 얹어 소형 FPV 드론부터 중고도 무인기, 정찰위성에 이르는 다층 ISR을 한 화면 위에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동시에 결심권의 분권, 자율 표적 식별에 대한 인간 통제 원칙, 우군식별(IFF) 체계, 동맹·우방국과의 정보 융합 절차 같은 운용 측면의 과제도 함께 풀어 가야 한다. 한국형 통합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 한 패키지의 문제가 아니라 군 전체의 의사결정 문화와 결재선을 새로 짜는 일에 가깝다. 다음 회부터는 3회에 걸쳐 자폭·공격·정찰 등 드론의 운용 전술에 대해 살펴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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