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보이지 않는 계급장, 가족

입력 2026. 05. 21   14:36
업데이트 2026. 05. 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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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인사병과 부사관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2개의 계급장이 있다. 군인으로서 책임을 보여 주는 군복 위의 계급장과 그 책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다.

우리는 부부 군인으로 군 생활을 이어 왔다. 현재 남편은 현역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군무원으로 전환해 군조직의 일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4명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군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지는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잦은 이동과 불규칙한 근무여건으로 인해 아이들 곁을 지켜 주지 못한 미안함이 늘 마음 한쪽에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휴직을 선택하지 않고 맡은 보직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말없이 곁을 지켜 준 가족이 있어서다.

지난 30여 년간 작전·감찰·인사·복지·인력 획득 등 다양한 분야의 보직을 수행하며 깨달은 게 있다. 군조직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인사는 기록으로 남지만, 그 기록 하나하나에는 장병 개인의 삶과 가족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규정과 제도는 업무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적용받는 대상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 사람 중심의 임무 수행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동안은 복지업무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장병들의 생활과 고충을 가장 가까이서 살폈다. 육아와 가족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사연 앞에서 규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도 적지 않았다. 장병들의 고민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 같은 군인 가족으로서 비슷한 걱정을 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부부 군인으로서, 네 자녀의 부모로서 군과 개인적인 삶을 함께 책임져 온 경험은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줬다. 2025년 국방부 모범장병으로 선정된 것 역시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30여 년간 같이해 온 우리 가족과 조직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인사병과 부사관으로서 장병 한 명 한 명의 군 생활 뒤에 있는 가족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맡은 바 임무에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

곽충효 원사 육군5군수지원여단
곽충효 원사 육군5군수지원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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