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독서는 여유시간이 많은 사람이 찾는 ‘취미’로만 생각했다. 군인이기에 짬을 내 ‘체력단련’을 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책이나 글도 임무를 수행하면서 봤던 규정이나 교범이 전부였다. 진중문고를 읽는 것은 ‘특별한 사치’처럼 느껴졌다.
퇴근 후 쉬고 있는데, 아이들이 각자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린이는 책을 읽어야 생각이 자라는 거야”라고 훈계했다. 생각이 자라는 데 아이·어른이 따로 있을까? 갑자기 독서는 사치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웠다.
다음 날 바로 진중문고가 있는 북카페로 향했다. 문원식·문수빈 공저의 『칼을 가는 데 집중하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던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은 전투 준비, 교육훈련 등 그동안 전혀 경험하지 못했거나 일부 경험했지만 놓쳤던 것을 설명해 줬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전·평시 지휘관(자)의 역할이었다. 초급장교를 위한 책이었지만, 그간 지휘관보다 참모를 더 많이 했던 터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휘관을 하면서 막연히 부족함을 느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다양한 경험을 책 한 권 값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백 번 무릎이 깨져 가며 배워야 할 ‘걸음마’를 책 속 주인공의 넘어짐을 통해 책 밖에서 생채기 하나 없이 ‘달리는 법’까지 깨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신의 상황에 비춰 생각하고 고민하는 동안 책 속의 가르침은 ‘간접 경험’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읽은 만큼 식견은 넓어지고, 사고하는 만큼 복잡 다변화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판단력도 길러진다.
군인으로서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실제 전투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은 실질적인 전투 경험을 쌓고 있다. 부족한 전투 경험을 채우려면 지식에 기반한 강한 전투력 창출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칼을 가는 시간, 즉 ‘실전적 훈련과 철저한 준비’로 체득한 ‘유형 전투력’이 절실하다. 여기에 독서를 하면서 길러진 전술적 식견 ‘무형 전투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진정한 강군이 될 수 있다.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이라는 말의 뜻을 이제야 알겠다. 군인에게 지력단련은 체력단련 못지않게 중요하다. ‘독서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가장 훈련한 스승이자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는 국방부 장관님의 말씀처럼 전역 후 사회로 돌아가는 병사들에게도 독서는 ‘내일을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책의 ‘특별한 가치’를 알았으니 독서를 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하고, 한층 성숙해졌을 내 생각을 담아 군단 독후감 공모전에도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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