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국방 AX(인공지능 전환)의 심장,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주권

입력 2026. 05. 19   15:03
업데이트 2026. 05. 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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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아군 사상자 ‘0’의 작전을 수립하고, 5분 만에 임무를 완수하는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과연 그 강력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두뇌는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은 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산하는 ‘데이터센터’와 이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인프라’에 있다. 

대한민국은 K9 자주포, 천궁II 등으로 대변되는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방산 강국이다. 그러나 AI 전쟁 시대의 국방력은 단순히 무기체계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장의 모든 센서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초고속으로 처리해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국방 AI 데이터센터’의 역량이 곧 국가안보의 핵심 척도가 된다. 이제 우리 군은 강력한 화력을 넘어 전 군의 데이터를 통합관리하고 운영하는 ‘디지털 심장’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제 K방산의 다음 수출 모델은 무기 자체가 아닌 그 무기를 지휘하는 ‘AI 지휘통제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국방 클라우드 인프라’가 결합된 패키지가 돼야 한다.

천만다행히도 대한민국에는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 운영 기술을 보유한 민간 생태계가 있다.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부리는 네이버와 전 국민의 일상을 연결하는 카카오가 수십 년간 쌓아 온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노하우는 우리 군이 즉시 흡수해야 할 국가적 자산이다. 수천만 명의 트래픽을 중단 없이 처리하는 분산처리 기술과 데이터 보안기법은 그대로 국방 AI 시스템의 안정성으로 치환될 수 있다. 민간의 혁신적 데이터 기술이 군사 지휘통제 시스템에 이식(AX)될 때 비로소 우리 군은 전장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읽어 내는 진정한 ‘AI 사피엔스 군대’로 거듭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우리 기업이 지켜 온 데이터 주권의 가치는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반드시 계승돼야 할 핵심 주권이다. 이미 미국은 팔란티어와 안두릴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방위산업계의 중심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럽, 레이시언 등 기존 대기업들의 무기체계와 통합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구글, 오픈AI 등 소프트웨어만 집중하는 기업들까지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도 하드웨어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하면서 카카오, 네이버 같은 기업들의 방산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검증된 미국의 AI 전쟁 인프라를 흡수한다면 자주국방의 미래도 더 앞당길 수 있다.

AI 혁명의 플라이휠이 가속화할수록 더 빠른 데이터 전송과 강력한 연산력이 요구된다. 폭발적인 데이터 전송을 감당할 광통신 기술의 고도화는 기본이며, 궁극적으로는 양자컴퓨팅의 상용화가 전장의 최종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업들이 보유한 거대한 자본은 이미 AI 혁명시대를 빠르게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군도 지체할 겨를이 없다.

이제 국방 수출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전환하자. K9 자주포 한 문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주포 수백 대를 AI 에이전트로 통합지휘하는 ‘국방 AI 플랫폼’과 이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자체를 수출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종속되면 안보가 종속된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국방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인구절벽 시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치명적인 첨단 AI 강군으로 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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