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톤 단위 군수품 척척 실어나르는 ‘골리앗’

맹수열

입력 2026. 05. 19   15:00
업데이트 2026. 05. 19   16:15
0 댓글

 전쟁판도 바꾸는 드론·AI
‘메가드론’이 여는 새로운 군수전의 시대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무라하 수송 드론. 출처=로보틱스 시스템즈 공식 홈페이지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무라하 수송 드론. 출처=로보틱스 시스템즈 공식 홈페이지


지난 2월 우크라이나군 28기계화여단은 전방 군수의 70%를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 포크롭스크 전선에서는 보급품의 최대 90%가 무인 지상차량(UGV)으로 수송하고 있었다. 3월 우크라이나군 전선 전체에서 지상 로봇이 수행한 임무는 9000회를 넘었다. 불과 4개월 전인 2025년 11월에는 2900회였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첨단 전투기도 대규모 기갑부대도 아니었다. 탄약과 식량, 의약품을 싣고 사선(死線)을 오가는 무인 군수 차량과 화물 드론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전투의 무인화’를 넘어 ‘군수의 무인화’가 전선의 생존을 결정짓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 드론은 수㎏의 소형 기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주요국이 집중하는 것은 수백㎏에서 톤 단위의 화물을 나르는 중·대형 무인 수송기 ‘메가드론’이다.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하면서도 고정익처럼 순항하는 하이브리드 수직이착륙(VTOL)형, 짧은 비포장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고정익 터보프롭형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활주로와 도로에 의존하지 않고 무인으로 군수품을 전방에 전달하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중국에서 나왔다. 지난 3월 31일 허난성 정저우 비행장에서 날개폭 25m, 전장 17m의 무인기가 280m를 활주한 뒤 이륙했다.

중국 CCTV가 공개한 창잉-8(CY-8) 수송드론. CCTV 화면 캡처
중국 CCTV가 공개한 창잉-8(CY-8) 수송드론. CCTV 화면 캡처


중국 관영 CCTV가 ‘무인 항공 중형트럭’이라 부른 창잉(??)-8(CY-8)이다. 최대이륙중량 7톤, 탑재량 3.5톤, 항속거리 3000㎞ 이상. 18㎥ 밀폐 화물실에 전후방 도어를 갖추고 적하·양하는 15분이면 끝난다. 개발사는 노린코(Norinco) 산하 기업으로 올해 안에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CY-8은 티베트 고원(해발 4000~5000m)의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군사매체 ‘더 워 존(The War Zone)’의 타일러 로고웨이 편집장은 “무인 항공 군수에서 미국이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미국도 멈춰 있지는 않다. 엘로이에어(Elroy Air)의 채퍼럴(Chaparral)은 136㎏을 싣고 483㎞를 자율 비행하는 하이브리드 VTOL 드론으로, 크라토스(Kratos)와 5년 독점 생산 계약을 맺고 1500대 이상의 사전주문을 확보했다.

지난 2월에는 미 육군이 포트스튜어트에서 영국 말로이(Malloy)의 TRV-150(68㎏ 탑재, 70㎞ 비행)을 실전 평가했다. 이 드론은 이미 미 해병대와 영국 해군에 배치된 상태다. 개념 연구에 머물던 무인 군수 드론이 양산과 실전 배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은 더 구체적이다. 지난해 9월 육상자위대는 채퍼럴을 직접 시험평가해 22개 항목을 전부 통과시켰다. 136㎏을 탑재한 채 40㎞ 자율비행을 완료했으며, 강풍 환경과 정비 절차까지 실전 배치를 전제로 검증했다.

해외 플랫폼 도입에만 의존하지도 않는다. 가와사키중공업은 닌자 H2R 오토바이 엔진을 탑재한 K-레이서(K-RACER) X2를 개발, 2024년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해상자위대 시험함 아스카(飛鳥)와의 함정·육지 간 화물 수송 시험을 완료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200㎏급 중형 군수 드론을 개발해 지난해 3월 재해 구호 훈련에서 실증했다. 방위성은 지난해 드론·AI 전쟁 전략을 수립하는 30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2026년도 국방예산에서 무인체계 관련 투자를 20억 달러 규모로 편성했다. 남서제도 도서 부대에 대한 무인 군수 보급이 이 모든 움직임의 핵심 목표다.

대형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생존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 모두 일인칭시점(FPV) 드론 공격의 주요 표적을 ‘전투 차량’이 아닌 ‘군수 차량’으로 전환했다. 러시아의 광섬유 유도 드론은 킬존(Kill Zone)을 후방 깊숙이까지 확장했고, 보급이 끊긴 전선은 곧바로 붕괴했다. 반면 대형 드론은 도로 파괴 여부와 관계없이 최단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엘로이에어가 개발한 채퍼럴 수송 드론. 출처=엘로이에어 공식 홈페이지
미국 엘로이에어가 개발한 채퍼럴 수송 드론. 출처=엘로이에어 공식 홈페이지


150㎏을 싣고 1000㎞ 이상을 비행하는 영국 윈드레이서스(Windracers)의 울트라(Ultra) 드론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실전 보급 중이다. 이 드론은 항재밍 안테나를 장착해 GPS 재밍 환경에서도 운용되며 향후 200㎏ 탑재·2000㎞ 항속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다만 대형 드론이 실전에서 효과를 내려면 기술 조건이 따라야 한다. 기체가 커질수록 바람·난류의 영향이 커지므로 인공지능(AI) 기반 비행제어와 실시간 항로 재산출 능력이 필수다. 동력원도 과제다. 순수 전기로는 한계가 있어 채퍼럴은 터보제너레이터로 비행 중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고, 수소연료전지 기반 장기 비행도 연구하고 있다. 물자 종류에 따라 적재함을 교체하는 모듈 설계 역시 중요하다. 채퍼럴은 일반 화물·ISR 센서·공중 투하 등 다양한 모듈을 운용하고, CY-8도 표준 항공 컨테이너와 냉장 박스를 수용하는 모듈형 화물실을 갖췄다.

한국군에도 대형 드론은 현실적 대안이다. 산악지형이 많고 도로가 좁은 한반도에서 전시 보급로는 쉽게 차단된다.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병력을 보내지 않고도 군수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무인화 전력은 전투지속능력의 핵심이다. 대한항공이 200㎏급 군수 드론을 연구 중이고 한화시스템은 500㎏급 VTOL 드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무인 군수 드론체계’ 개발을 명시했다. DMZ 인근에 ‘무인 군수 허브’를 두고 전방까지는 소형 VTOL 드론이 담당하는 다층 군수망, 도서 지역에서는 연안 레이다와 연동한 자율비행 체계가 한반도형 운용개념이 될 수 있다.

대형 화물 드론이 등장한 본질은 단순한 ‘물건을 나르는 수단의 진화’가 아니라 ‘군수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에 있다. 사선에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전투 지속능력을 보장하며 지형과 도로에 구애받지 않는 기동성은 지휘관에게 압도적인 작전 유연성을 제공한다. 우크라이나 전선은 이미 보급의 무인화를 실증했고 중국의 3.5톤급 무인기 비행, 미국의 대규모 양산 계약, 일본의 국가적 방산 역량 결집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한국군이 서 있는 자리도 정확히 이 혁신의 궤도 위에 있다. 다음 회에서는 AI가 전장을 읽는 새로운 방식, 드론이 만든 ‘실시간 전투 인텔리전스’ 혁명에 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