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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이해해야 환자가 보인다

입력 2026. 05. 18   15:06
업데이트 2026. 05. 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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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1사단 산악3대대. 험준한 산악지형을 주무대로 하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해군 군의관으로서 지난 산악기초훈련에 교육생으로 입소했다. 통상 군의관은 훈련장 밖에서 의료지원을 맡는 게 일반적이나 ‘현장에 대한 이해 없는 의료지원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판단하에 훈련에 참가했다.

여기에는 가족과 의사로서 소신이 작용했다. 군의관으로 복무하신 아버지와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형은 평소 “군의관도 상황 발생 시 독자적인 생존 능력과 전투력을 갖춰야 부상자를 온전히 지켜 낼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미군 의무시스템이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님의 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미 군의관들은 전술적 전투사상자처치 등 실전적 훈련으로 전장의 메커니즘을 체득한다. 총상환자가 발생하고 폭음이 들리는 상황에서의 처치는 평온한 진료실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산악대원들과 함께 훈련에 임해 보니 책상에선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보였다. 험준한 산악지형을 기동하고 레펠을 타며 느낀 육체적 부하는 상당했다. 병사들이 호소하던 통증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동작에서 기인하는지,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상 기전(Mechanism of Injury)이 무엇인지 임상적으로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진료와 의무지원계획 수립에 귀중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산악지형에서의 훈련에 이어 진행된 실헬기 패스트로프 훈련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거대한 헬기 로터 소음과 거센 하강풍 속에서 로프 하나에 의지해 하강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력훈련 그 이상이었다. 특히 훈련 중 낙상환자가 생겼을 경우를 가정해 실시한 현장 응급처치 및 의료 후송 반복 숙달과정은 본질적인 군의료의 가치를 일깨워 줬다. 병원이라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거친 환경에서 부상자를 처치하려면 의학적 지식을 넘어 이를 현장에서 즉각 구현해 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숙련된 구조 역량이 필수적임을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또한 훈련기간 해병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얻은 유대감은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해군과 해병대는 한 뿌리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재확인했다. 군의관이 동료로서 훈련에 함께할 때 의료진을 향한 장병들의 신뢰도가 높아짐을 체감했다.

이번 훈련 수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직접 흘린 땀을 통해 얻은 ‘현장감각’을 바탕으로 향후 우리 산악3대대 장병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의료지원을 제공하려 한다. 언제·어떤 상황에서도 전우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준비된 군의관으로서 본분을 다하겠다.

박현빈 해군대위(진) 해병대1사단
박현빈 해군대위(진) 해병대1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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