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인도·태평양 소다자 협력의 배경과 동향 ⑥ ‘오커스’ 발전 경과의 분석과 평가
中과 전략경쟁 위한 3국 소다자 협의체
쿼드 결속력 약화 따른 美 돌파구 마련
지역 전략서 호주 위상 커진 점도 주목
핵추진잠수함 공동 개발 목표도 설정
트럼프, 자국 내 부정 여론 정면 돌파
한·일 등 역내 국가 참여 당위성 부상
|
호주·영국·미국의 소다자 협의체인 오커스(AUKUS)는 2019년 9월의 3국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출범했다. 특히 미국의 역외·역내 핵심 동맹국을 구성국으로 해 출범했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역내 동맹·우방국으로 구성된 역내 다른 소다자 협의체와 구별됐다. 이러한 특징은 2022년 2월 공개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강조됐다. 역내·역외 동맹·우방국을 연계하는 ‘집합적 역량(collective capacity)’을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투영된 소다자 협의체로 지목됐다는 측면에서다.
오커스 출범은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는 호주·영국·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3국을 ‘해양 민주주의 세력(maritime democracies)’으로 규정하고, 역내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출범회의의 공동성명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중국의 전방위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을 창출하는 역량 통합의 접근법이 요구됐다. 이에 3국은 오커스 출범을 통해 방위산업 생태계를 밀접히 연계하면서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압도하기 위한 장기적 차원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미국의 의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내 국가들의 대중국 민감성과 인도의 전략적 모호성 기조로 인해 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인 쿼드(QUAD)는 결속력 약화에 직면했다. 여기에 2021년 8월 미국의 전면적인 아프간 철군에 따른 대내외적 여파도 계속됐다. 이러한 일련의 도전적 상황에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영국과 역내 핵심 동맹국인 호주를 연계하는 소다자 협의체를 창설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미국의 지역 전략에서 호주가 지니는 위상이 커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양국의 안보협력은 앵글로색슨·영어권으로서의 전통적 정체성과 함께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혈맹으로서의 역사적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호주는 미국과의 양자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동맹과 쿼드의 회원국으로도 참여해 왔다. 따라서 오커스 출범은 미국과 호주의 안보협력이 더욱 중첩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오커스의 ‘필라 1(Pillar 1)’은 미국·영국의 공조를 통해 호주에 재래식 무장 ‘핵추진 잠수함(SSN)’ 전력을 제공하고 관련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핵추진잠수함 전력화의 3단계 로드맵, 비확산·안전, 법·제도·수출통제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3단계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서호주 기지에 미국·영국의 핵추진잠수함을 순환 배치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미국은 2030년대 초반부터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핵추진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기로 했다. 나아가 마지막 3단계로 호주·영국은 미국의 첨단기술을 도입한 핵추진잠수함(SSN-AUKUS)을 공동 개발해 전력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오커스 협정을 통한 핵추진잠수함 판매 및 전력화 지원은 1950년 미국의 대(對)영국 핵기술 이전 이후 첫 번째 사례다. 따라서 미국의 동맹전략에서 호주의 위상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냉전기 소련에 대응하려는 목적에 따라 영국에 핵기술을 지원한 것과 유사하게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호주에 기술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도가 투영된 것이다.
|
반면 오커스의 ‘필라 2(Pillar 2)’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6대 기술 영역과 2개의 기능 영역 등 8대 분야 협력으로 세분화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술 영역은 해저능력, 양자기술, 인공지능·자율성, 사이버, 극초음속 및 대항 극초음속 능력, 전자기전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한편 혁신과 정보 공유는 기능 영역에서의 협력 분야다.
오커스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회의적 시각도 부상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조선업 역량 약화에 기인했다. 즉, 자국의 군사력 운용 차원에서 필수적인 핵추진잠수함조차 적기에 건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주에 판매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버지니아급 잠수한 건조 계약과 일정 지연이 오커스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올해 4월의 언론 보도는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일련의 경과는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생산능력이 오커스 프로그램의 일차적 관건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 내에서 핵추진잠수함의 호주 판매를 둘러싼 부정적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025년 6월부로 오커스 협정 재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 기조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의도였다. 그 결과 같은 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판매하는 오커스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12월에 미국의 검토가 완료되면서 동 프로그램을 전속력으로(full steam ahead)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오커스 협정 재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협정이 당사국 모두에 막대한 이점을 보장한다면서 동 협정의 지속성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호주와의 핵추진잠수함 공동 개발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강조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발언에 화답한 내용이다.
그 연장선에서 7월 양국은 새로운 50년 방위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SN-AUKUS의 설계·건조·운용·유지·폐기, 인력·기반시설·규제체계 구축, 영국 핵추진잠수함의 순환 전개 지원 등의 내용이다. 이 협정이 유럽·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의 불가분성에 관한 양국 공동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양국의 협정을 호주 연방 수립 이후 가장 중요한 협정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협정의 내용은 오커스 협정을 확고히 유지하겠다는 양국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커스의 ‘필라 1’은 호주·영국·미국의 배타적 기제다. 반면 ‘필라 2’는 다른 국가들의 참여 가능성을 고려한 개방적 기제다. 오커스 출범 당시 미국은 이 소다자 협의체를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로 규정하면서 아시아·유럽 국가들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커스의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 한국과 일본 등 역내 국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커스와의 협력관계 구축이 역내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오커스 출범 당시 중국은 핵확산 금지 훼손 및 군비경쟁 격화를 이유로 비난했다. 북한 역시 역내 핵 군비경쟁을 유발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국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오커스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역내 반발을 최소화하는 접근법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