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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날

입력 2026. 05. 14   15:18
업데이트 2026. 05. 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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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거리는 온통 카네이션으로 물든다. 가정의 달 5월은 축제처럼 떠들썩하다. 그런데 그사이 조용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날이 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5월의 달력에서 스승의 날은 어느새 잊히는 날이 돼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임관 후 9년이 지났지만, 이날을 남다른 마음으로 되새기고 있다. 

2017년 3월 1일 육군부사관 ‘인사’ 병과 하사로 임관하고자 노력했던 국방기술학과에서의 대학교 시절과 부사관학교에서의 후보생 기간을 잊지 못한다. 어깨에 처음 달린 하사 계급장의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임관만 하면 끝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군 생활의 현실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전자문서·계획보고문건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던 초임 시절, 나를 이끌어 준 초급반 교관님(지도관님)·동기들이 있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 많은 가르침을 줬다. ‘사람을 아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긴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첫 부대였던 28보병사단에서의 시간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장병의 인사자력을 다루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 뒤에 개개인의 인생이 담겨 있음을 배웠다. 상급부대에 계셨던 병과 선배 부사관님, 임무 수행 중 나를 평가해 주셨던 지휘관·과장님들의 가르침 속에서 이름 석 자가 적힌 서류 한 장이 누군가의 군 생활 전부를 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거운 책임인지를 깨달았다.

그 후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에 선발돼 해외파병 기간 동안의 임무 수행은 군인으로서 시야를 넓혀 준 또 하나의 스승이었다. 낯선 땅에서 태극기를 달고 임무에 임하며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느꼈다. 한빛부대 전우들과 함께 이국의 밤하늘 아래 나눈 대화들, 서로가 버팀목이 됐던 그 순간은 어떤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이었다.

지난해 11월 705특공연대 인사행정부사관으로 임무를 시작했다. 특공연대는 간부들로 편성된 만큼 사기와 복지, 인사관리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가르침을 받아 쌓아 온 내공으로, 각자 자리와 직책에서 특공연대 장병들이 끝까지 임무에 전념하도록 돕는 게 부대 인사실무자로서의 사명임을 매일 되새기며 임무에 임하고 있다.

군대에도 스승은 있다. 계급장을 달지 않았어도, 교단에서 분필을 잡지 않았어도 묵묵히 곁에서 보여 준 삶의 방식이 내게는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 학교 교관님(지도관님)과 동기들, 병과 선배 부사관님, 부대 지휘관님(주임원사님)과 과장님(인사과원), 함께 근무한 수많은 장병. 모두가 나의 스승이었다.

오늘도 한 장의 서류 앞에서 ‘이 이름 뒤에 있는 사람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스승을 기억하는 마음이 곧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임을 되새긴다.

이정환 중사 육군5군단 승진표범부대
이정환 중사 육군5군단 승진표범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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