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배운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같은 일반 교과를 학습하고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교과도 익힌다. 자율·자치활동뿐 아니라 동아리·봉사·진로활동으로 이뤄진 창의적 체험활동도 경험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필요한 것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즉 의무교육은 학생들이 한 사람의 좋은 어른으로 살아갈 힘의 기초를 다지는 시간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요즘 학교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맞아 또 한 번 변화를 준비 중이다. 사회와 문화의 변화, 지식생태계의 진화를 반영해 교과서가 바뀌고 교육 내용도 새로워지고 있다. 학교는 여전히 중요한 배움의 공간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삶의 준비는 충분할까?
돌아보면 삶은 교실 밖에서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돈의 가치를 배우지만 세금을 왜 내는지, 건강보험과 연금이 왜 필요한지,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뒤늦게 몸으로 익히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기기를 매일 사용하지만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지, 넘쳐 나는 정보 가운데 무엇을 믿고 걸러야 할지는 따로 훈련받아야 한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는 일, 집 안의 작은 문제를 살피는 일, 위급한 순간에 자신을 지키는 일,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예절과 소통을 배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삶은 늘 교과서 바깥에서 더 많은 과제를 내놓는다.
그래서 학교 너머의 배움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공부가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며 배우는 공부, 악기 하나쯤 다루고 운동 한 종목쯤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공부, 무언가를 만들고 몸으로 익히는 체험의 공부가 필요하다. 여기에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힘, 실패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회복의 힘, 마음을 다스리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더해질 때 비로소 배움은 ‘진짜 삶’이 된다. 즉 ‘앎’이 ‘삶’이 된다.
배움은 졸업과 함께 끝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계속 깊어지는 것이다. 진짜 공부는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혼자 서는 법과 같이 살아가는 법을 함께 익힐 때 배움은 비로소 삶의 품격이 된다.
이런 점에서 군은 특별한 배움의 자리일 수 있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한 사람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낯선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배려와 책임을 배우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며 성실함과 끈기를 익힌다. 불편함을 견디며 생활의 기본을 다시 배우고,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도 기르게 된다. 무엇보다 군 생활은 나만 잘하면 되는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 내야 하는 삶을 몸으로 가르쳐 준다.
생각해 보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거창한 이론만이 아니다. 스스로 옷을 정리하고, 맡은 자리를 책임지고, 동료의 말을 끝까지 듣고, 힘든 날에도 다시 제자리를 지키는 작은 훈련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학교가 ‘지식의 기초’를 놓아 준다면 군은 ‘삶의 기초’를 더 단단히 다져 주는 공간이다.
군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더 많이 도전할 필요가 있다. 질서와 책임, 소통과 배려, 자기관리와 회복의 힘,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놓는 태도는 전역과 함께 끝나는 배움이 아니다. 그것은 이후의 삶을 오래 붙들어 줄 자산이 된다. 학교 너머에서 배우는 가치가 장병들의 인생에 탄탄한 뿌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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