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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대의 물줄기가 묻는다…‘넥스트 워’ 압도할 기동·생존·혁신

입력 2026. 05. 12   14:55
업데이트 2026. 05. 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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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4월 임진왜란 당시 도순변사 신립 장군은 충북 충주 탄금대에서 왜군과 마주했다. 북방의 맹장이었던 그는 기병 전술의 대가였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진흙탕에서 기동력을 잃은 정예 기병은 조총이라는 신무기 앞에 궤멸했다.

신립 장군이 간과한 것은 왜군이 오랜 내전을 거치며 이룩한 ‘화력 혁신(연속 사격술과 방어선 구축)’이었다. 군사전문가 존 앤털 대령은 저서 『넥스트 워』에서 현대전을 드론과 센서로 모든 게 드러나는 ‘투명한 전장’으로 정의하며 “식별되면 타격당하고 파괴된다”고 경고한다.

조총이라는 낯선 위협에 노출됐던 탄금대의 비극이 현대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동·생존·혁신’의 세 축으로 우리 군단의 변화를 소개한다.

첫째, ‘기동하라!’. 지형과 관습을 넘어서는 유연한 기동이다. 신립 장군은 기병의 강점만 믿고 비에 젖은 논바닥의 제약을 간과했다.

투명한 전장에서 정지해 있는 것은 곧 사형 선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하듯이 대규모 밀집기동이 아닌 소부대 단위의 분산기동이 핵심이다. 우리 군단은 지형에 갇히는 기동이 아니라 지형을 철저히 이용해 적의 감시를 피하고 결정적 시기에 화력을 집중하는 지능형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둘째, ‘생존하라!’. 적의 시야를 거부하는 적극적 방호다. 은폐물이 없는 평지에 친 ‘탄금대 배수의 진’은 적의 화력 앞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치명적 오판이었다. 생존은 단순히 장갑을 두껍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회형 탄약과 상부 공격의 가공할 위협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의 정보망을 교란하는 기만술이 필수다.

러시아군의 전통적인 군사기만술 ‘마스키로프카’의 현대적 적용, 실물과 동일한 열·전자신호를 방출하는 가짜 표적 ‘데코이’를 적극 활용해 적의 화력을 낭비시키고 진짜 위치를 숨기고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셋째, ‘혁신하라!’. 애자일 조직으로의 전환이다. 신립 장군의 가장 큰 실책은 과거 북방에서의 성공 경험에 매몰된 ‘사고의 경직성’이었다.

넥스트 워 주역은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 이를 창의적으로 운용하는 인간이다. 고착화된 교리에 안주하지 않고, 급변하는 전황에 신속히 대처하는 ‘애자일’ 개념을 전술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소규모 단위로 끊임없이 실험하며, 교리를 즉각 수정해 나가는 민첩한 조직만이 투명한 전장에서 주도권을 쥔다.

430여 년 전 탄금대의 물줄기는 수많은 정예병의 원혼을 지켜봤다. 오늘 그 동일한 물줄기가 묻는다. “다가올 전쟁에 준비됐는가?” 전장의 불확실성을 뚫고 유연하게 기동하고, 적극적인 교란으로 생존하며, 애자일한 사고로 끊임없이 혁신할 때 우리 군단은 ‘넥스트 워’의 압도적 승리자가 될 것이다.

정유식 소령 육군7군수지원단
정유식 소령 육군7군수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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