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내 감정 훈련하기 딱 좋은 날!

입력 2026. 05. 12   14:54
업데이트 2026. 05.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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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나를 이해하고 좋아하고 친했던 가족·친구 중심의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왔다. 불편하고 기분 나쁘면 안 만나면 그뿐이었다. 그렇게 살다가 군에 갔다.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 나이도, 지역도, 취향도, 종교도, 살아온 경험조차 다른 이들을 군에서 한꺼번에 만난 것은 큰 정서적 충격이었다.

비슷하다고 여겼는데, 같은 일에도 생각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감정도 다르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괴롭힌다는 느낌에 힘들어하는데, 어떤 친구는 별일 아닌 듯 웃으며 동료 전우들과 작업도, 훈련도 잘해 내고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괜히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이 들고 화가 날 때도 있었다.

고대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이상적인 인간형이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합리적 인간’, 지적으로 ‘똑똑한 인간’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합리적이고 똑똑한 인간이 지닌 ‘지능’ 연구를 많이 했다. ‘지능’을 중시하다 보니 ‘감정’은 지능을 해치는 반대 개념으로 여겼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에 휘둘려 일을 그르치지 말라” “포커페이스를 유지해라”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나라가 망했을 때만 우는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자라왔다.

감정은 나쁜 것으로 교육받았다.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을 해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은 인간의 본능적인 정서이자 생생한 느낌이다. 1990년대부터 심리학자들은 감정이 이성을 해치는 반대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지능 발달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정서지능(EQ)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Q는 나와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조절하며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화가 나고,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거나 공격적인 행동, 반사회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그렇게 행동하고 나서는 후회하고, 미안하다며 만회하기 위해 더 잘해 주려 노력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분석할 때 인지·정서·행동으로 구분하고 유기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따라서 나와 타인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인지적 능력(지능, 창의성 등)과 사회적응적 행동 발달에 도움이 된다. 정서 개발 프로그램 중 첫 단계는 정서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화나고 불안하고 우울할 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잘 알아야 한다. 이유조차 모르는 이도 많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자기진술서’다. 일기도 해당된다. 화가 나는 주관적 감정을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다시 관찰하면서 화가 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글로 적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 감정으로 인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했던 부적절한 행동이나 태도도 작성해 본다. 울컥 치밀어 오른 주관적 감정과 부적절한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한 뒤 논리적으로 써 보는 자기진술을 거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성숙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잘 읽어 내고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경청하며 공감해 주는 능력도 중요하다. 전국에서 모인 각계각층의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능력, 나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나중에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EQ다.

이정규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 교수
이정규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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