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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의 시간

입력 2026. 05. 12   14:55
업데이트 2026. 05. 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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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했다. 30세가 되는 2026년에 전역한다는 사실은 항상 부담감을 안겨 줬다. 먼저 군대를 갔다 온 친구들의 농담이나 우려도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었다. 그들이 먼저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 1년 반 동안 잠시 사회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런 걱정을 안은 채 2024년 12월 2일 육군훈련소에 입대했다.

훈련소에서 만난 소대장님은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훈련 때 같이 뛰며 열정과 끈기를 몸소 보여 줬다. 그 덕분에 열심히 훈련에 임할 수 있었고, 훈련소 생활이 끝나자 94㎏이었던 체중이 86㎏으로 줄어 있었다. 훈련소를 마쳤을 때 ‘살 빠진 것만으로도 군대에 잘 왔다’고 생각했다.

자대의 새로운 환경과 훈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답을 요구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지 고민한 결과 체력단련·개인정비·연등 시간을 활용해 공부와 운동에 투자할 수 있었다. 3㎞였던 달리기 코스는 5㎞, 10㎞로 늘어났다.

향상된 체력은 고스란히 공부에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자 군대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게 됐는데, 꾸준한 유산소운동이 공부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여 줬다. 전우들도 많은 도움이 됐다. 본인들의 연등 및 개인정비 시간을 기꺼이 내주며 실기시험 모의 상대가 돼 줬다.

그렇게 30세가 되는 2026년이 왔다. 시험은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고,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보기 좋다’ ‘자신감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돌이켜 보면 20대에는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살은 20㎏이나 붙었고 ‘무기력’이란 단어가 어쩌면 그때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게 군대는 고난엔 반드시 보답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그 깨달음은 다시 목표를 위한 노력에 열정을 부여했고, 이는 곧 더욱 큰 노력과 보답으로 돌아왔다. 군대는 20대 무기력함의 굴레를 열정의 관성으로 바꿔 줬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1년 반 동안 사회와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그 시간은 결국 나를 재정비하고 다시 사회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튼튼한 발판이 돼 줄 것이다. 군대가 모두에게 이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올린다.

서영웅 병장 육군동원전력사령부
서영웅 병장 육군동원전력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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