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가상전장에서 수천 번 싸워보고 실전에 나선다면…

맹수열

입력 2026. 05. 12   14:52
업데이트 2026. 05.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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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디지털 트윈’이 바꾸는 드론의 미래 

미 육군이 도입한 듀얼리티 AI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팰컨’의 실제 운용 모습. 출처=듀얼리티 AI 공식 홈페이지
미 육군이 도입한 듀얼리티 AI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팰컨’의 실제 운용 모습. 출처=듀얼리티 AI 공식 홈페이지

 

국방부가 ‘2026 대한민국 드론 공방전’ 예선 참가팀을 선발했다. 국방부를 비롯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등 6개 부처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국내 최초의 쌍방 모의전투형 실증대회다. 단순한 비행 시연이 아니라 공격 드론팀과 방어 대드론팀이 실제 교전 시나리오 속에서 기술력을 겨룬다. 47개 기업·기관이 지원해 드론 11개 팀, 대드론 10개 팀이 뽑혔다. 예선은 6월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치러진다. 드론팀은 군 대드론 대항군을, 대드론팀은 군 드론 대항군을 상대해 분야별 본선 진출 4개 팀을 가린다. 오는 9월 본선에선 이 8개 팀이 공방전을 벌여 최종 우승팀을 선발한다.

실물 드론으로 직접 싸워 봐야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들 팀이 포천 훈련장에서 겨루기 전 수백 번, 수천 번 먼저 싸워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기체를 부수지 않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다양한 지형과 전자전 환경을 바꿔 가며 전술을 시험해 볼 수 있다면? 이 질문의 답이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무기체계와 작전 환경을 정밀하게 복제한 가상모델이다. 드론의 기체 형상, 센서 성능, 통신 지연,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알고리즘은 물론 지형, 기상, 적의 방공망과 전자전 위협까지 데이터로 구현한다. 이 가상전장에서 수천 번의 모의전투를 돌려본 뒤 가장 효과적인 설계와 전술만 현실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실전에서 실패하지 않고도 실전에 가까운 실패를 충분히 경험해 보는 게 핵심이다.

미 육군이 도입한 듀얼리티 AI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팰컨’의 실제 운용 모습. 출처=듀얼리티 AI 공식 홈페이지
미 육군이 도입한 듀얼리티 AI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팰컨’의 실제 운용 모습. 출처=듀얼리티 AI 공식 홈페이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 육군은 차세대 장갑차 XM30에 AI 기반 대드론 탐지체계를 탑재하기 위해 듀얼리티 AI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팰컨(Falcon)’을 도입했다. 팰컨은 차량 속도·기상·드론 종류·지형을 자유롭게 조합해 수천 가지 전투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그 안에서 AI 모델을 훈련시킨다. 새로운 드론 위협이 등장하면 하드웨어를 교체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듈식 구조를 갖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이탈리아·일본이 공동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 GCAP도 시제기가 나오기 전 디지털 트윈으로 다수의 모의비행을 했다. BAE시스템스는 자동 코딩 기술과 결합해 핵심 소프트웨어를 수주가 아닌 수일 만에 생성·시험하는 데 성공했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의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엔진 오류의 97%를 자동 예측하고 정비 비용을 30%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엔 역사 데이터, AI, 실시간 물리 모델, 센서 입력을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트윈’ 기술이 등장, 예측 정확도를 80%대에서 98%까지 끌어올린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중국도 올해 3월 아틀라스 군집드론체계의 전 과정 시연을 공개했다. 군집 지능 알고리즘으로 한 명의 운용자가 96대의 드론을 동시에 통제하며 자율정찰과 정밀타격을 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수준의 군집 전술은 실물 드론만으로 반복 시험하기 어려우며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의 대규모 시뮬레이션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미 국방부는 2023년 12월부터 모든 신규 획득 프로그램에 디지털 공학 적용을 의무화했다. 디지털 트윈이 선택이 아닌 표준이 된 것이다.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개발 비용과 시간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지역 방어를 위한 대드론체계에서 레이다·열상센서 등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느 지점에 어떤 요격수단을 배치해야 최소 비용으로 최대 방어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디지털로 시험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면 가상환경에서 즉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방안을 검증하고 검증된 전술만 야전부대에 전파할 수 있다.

영국이 6세대 전투기 GCAP 시제기 도입 전 BAE시스템스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수행한 모의비행 모습. 출처=BAE시스템스 홈페이지
영국이 6세대 전투기 GCAP 시제기 도입 전 BAE시스템스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으로 수행한 모의비행 모습. 출처=BAE시스템스 홈페이지


최근엔 디지털 트윈이 만능인 것처럼 소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점만 강조하고 한계를 외면한다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정밀하게 복제할수록 유용하지만 복제가 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적외선 탐색기가 실제 전장에서 습도, 먼지, 온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가상으로 재현하려면 먼저 그 센서의 물리적 작동방식과 현실 환경에서의 동작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측정되지 않은 것은 복제할 수 없다. 수십 대의 드론이 동시에 기동하는 군집 시나리오를 실시간 연산하려면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이고 기존 무기체계의 경우 설계 데이터, 정비 이력, 운용 기록이 서로 다른 형식에 흩어져 있어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자전 환경처럼 예측이 어려운 변수가 개입하면 시뮬레이션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진다.

결국 디지털 트윈은 실제 시험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다. 가상에서 걸러 낼 수 있는 문제를 미리 거르되 최종 검증은 반드시 현실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미룰 수도 없다. 드론과 대드론체계의 개발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실물 시험만으로 그 속도를 따라가기엔 시간도, 비용도 부족하다. 불완전하더라도 가상에서 먼저 시험하고 현실에서 보정하는 순환체계를 갖추는 게 모든 것을 현실에서만 검증하려다 뒤처지는 것보다 낫다.

한반도의 산악지형과 북한 드론 위협에 특화된 ‘한국형 드론 디지털 전장 실험실’을 구축한다면 KF-21과 연동할 무인전투기, 육군의 드론봇 전투체계, 해군의 무인수상정까지 통합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산기업, 대학 연구소가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축적·공유하는 체계를 만든다면 전력화 전 과정을 선도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드론 공방전의 참가팀들이 훈련장에서 실물 드론으로 겨루기 전 가상전장에서 수백 번 먼저 싸워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 우리의 드론 전력은 한 차원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다음 회에선 축구장 크기의 ‘메가드론’이 열어젖히는 새로운 군수전 시대에 대해 알아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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