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국이 건국된 지 250년이 되는 해다. 버지니아주는 미 건국의 중심 지역으로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토머스 제퍼슨, 패트릭 헨리 등 많은 독립운동 지도자를 배출했다. 버지니아의 요크타운전투에서 영국군의 항복은 미국의 독립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 버지니아의 노퍽시에서 매년 국제군악제가 열리는데, 올해 우리 육군 군악의장대대가 8년 만에 참가했다.
육군 군악의장대대는 군복으로 복장을 통일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착륙 전 기내방송 마지막에 “지금 우리 비행기에는 버지니아 국제군악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한민국 육군 군악대원들이 탑승해 있습니다. 군 선배로서(전 공군 조종사) 이번 공연을 잘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라며 깜짝 격려방송을 해 줬다. 방송이 끝나자 기내에 있던 한국인 승객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우리 군악의장대대의 공연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공연 마지막에 ‘골든(Golden)’을 연주할 때는 8000여 명의 관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성악병들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였다.
한국 공연 다음 순서인 미국 공군 군악대는 “한국이 앞에서 너무 잘해 우리가 힘들다”며 하소연했고, 다른 외국 군악대원들은 우리 대기실로 찾아와 배지 교환을 요청하는 등 군악대원들 사이에서도 한국팀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공연이 끝나고 한국군이 보고 싶다던 101세의 한국전 참전용사는 휠체어에 앉아 있을 정도로 거동이 힘들었지만, 환하게 미소 지으며 경례로 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교민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이번 공연이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역경이 위로받는 듯한 마음을 느끼고 “고맙다”는 말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귀국하는 날, 우리는 오전 7시에 호텔에서 출발해야 했다. 이른 시각이어서 장병들이 아침식사를 거를까 걱정된 80대 교민 할머니는 김밥 200줄을 만들어 자동차로 50분이 걸리는 거리를 혼자 운전해 우리에게 김밥을 전해 주고 가셨다. 김밥을 받은 장병들은 자신들이 했던 공연이 교민들에게는 단순한 연주 그 이상이었음을 체감했다.
미국의 버지니아 군악제, 영국의 에든버러 군악제 등 해마다 많은 국제군악제가 세계 각지에서 개최된다. 만약 서울에서 국제군악제가 열린다면 대한민국 군악대의 실력을 한 번에 많은 국가에 보여 줄 수 있을 것이고, 한국군의 문화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군악대의 실력을 바탕으로 한 ‘서울 국제군악제’는 세계 유수의 어떤 국제군악제 못지않은 명품 국제군악제가 될 것이다.

석용석 사무관 국방부 정신전력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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